30일 원구성 협상 결렬 후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과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자당 몫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국민의힘 몫 7개 상임위원장은 추가 협상을 거쳐 선출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국민의힘의 반발로 원 구성이 최종 마무리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국민의힘은 "원구성 정상화 없이 어떤 상임위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받지 못하면 모든 상임위원장을 포기하겠다"고 맞섰고, 민주당도 법사위원장 양보를 거부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원내 1·2당이 나눠 맡는 것은 17대 국회 이후 이어져 온 의회 운영의 중요한 관행이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심사하는 관문인 만큼,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2020년 총선 압승 이후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자 1년 넘게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했고, 22대 국회에서도 집권 여당이면서 법사위원장까지 계속 맡고 있다. 협치를 말해온 민주당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무너진 권력 분점의 정신부터 복원하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여당이 주도한 법사위의 모습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위헌 논란이 제기된 법안들이 잇따라 강행 처리됐고, 여야 충돌이 반복되면서 22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의 법안 가결률은 5.33%에 그쳤다. 민주당은 집권 2년 차 민생입법 등 국정과제에서 성과를 내려면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공소취소 특검법 처리에 있다고 반박한다. 서로 자신의 논리만 앞세웠을 뿐 현실적 절충이나 해법을 모색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출신의 조정식 국회의장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국민의힘 상임위원장 명단을 팩스로 통보해 야당 반발만 키우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힘 역시 "법사위가 아니면 안 된다"는 원칙론만 고수했을 뿐, 거대 여당을 설득하거나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만한 중재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원 구성은 국회가 일을 시작하기 위한 출발선일 뿐이다. 다수 여당은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소수 야당은 거부와 반대로 맞서는 구도가 반복된다면 피해는 결국 민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여당도, 재건을 다짐하는 야당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니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