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5일 경기 수원 팔달문시장을 방문해 먹거리를 구매하며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청와대 제공)


"정말 어렵다"는 자영업자들의 호소를 뒷받침하는 통계가 또 나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10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출 규모만 문제가 아니다. 연체액도 22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특히 소득 하위 30% 영세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숫자로 확인된 골목상권의 현실은 반도체 호황과 수억원대 성과급이 화제가 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고,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두 차례 인상을 예상한다. 결국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따라 올라가면서 자영업자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게 해주거나 채무 자체를 줄여주기 위한 기금도 조성했다. 또 소득이 증가할 수 있도록 소비 촉진을 위한 캠페인도 벌였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듯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의 온기가 골목상권까지 이어지지 못하면서 빚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폐업 위기로 내몰리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촛점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집중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작지 않을 것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호황의 과실은 위로 향하고 긴축의 고통은 아래로 향한다. 이것이 가장 불편한 그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기존 자영업 지원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내고 있는지 원점에서 점검하고, 대대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채무 조정을 위한 기금을 확대하거나, 폐업 위기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만하다. 다만 이런 지원은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취약 계층에 집중돼야 한다. 반도체 세수가 늘어난다면 그 일부를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온라인 판로 확대나 스마트 주차 시스템 등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성장의 기회와 과실이 다양한 부문에 고루 돌아가는 '모두의 성장'을 강조해왔다. 그 구호가 공허하지 않으려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화려함에 가려진 자영업자들의 그늘도 적극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