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해 발표한 11·3 부동산 대책 여파로 하락조정에 들어갔다. 올 1분기 전국적으로 보합 수준을 유지했지만 부산지역에선 크게 올랐다.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부산은 평균 42.79대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수요자가 많은 경기도와 서울에서도 각각 11.56대1, 7.37대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1분기 이후 전국 아파트 가격이 평균적으로 상승전환했고 지난달 서울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부산을 넘어섰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은 강동구와 강남구가 가장 큰 폭으로 올라 시세 상승을 주도했다.


이달 첫째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은 매주 확대됐다. 거래량도 활발하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보다 31% 늘면서 주택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 5월 거래량을 넘어섰다. 분양권 거래 역시 활발해져 서울시에서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분양권 웃돈은 1억~2억원까지 급등했다. 경매낙찰가율도 역대 최고로 올라섰으며 개발 재료 있는 아파트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치솟는 전세가격, 내집 마련 나서다

내집 마련을 고민하던 필자의 지인은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했다. 전세가격이 계속 올라 자신이 전세로 들어갈 때의 매매가격과 같아져서다. 진작 전세 보증금에 돈을 더 보태 내집 마련에 나서야 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4년 64%에서 지난해 75.1%까지 치솟았으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율이 80~90%로 매매가격 수준에 근접했다. 지인은 실거주목적일 경우 전세든 구입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세보증금이 올라가는 것을 겪어보니 내집 마련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새로운 염려가 들기 시작했다. 신정부가 집값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것.

지난달부터 상승폭이 커진 것이 신정부 출범으로 심리가 풀어지면서 나타난 마지막 상승랠리였다면 최근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은 막차 탄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시세 상승을 주도한 것이 재건축아파트인데 내년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도입됐다가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2013년부터 한시적으로 시행이 유예됐다. 올해로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재건축아파트에 다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통해 조합이 얻는 이익에서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뺀 1인당 이익이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조합들은 재건축사업성이 악화되기 전에 서둘러 사업 추진에 나섰고 그 결과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재건축아파트에 시세 상승 탄력이 나타났던 것이다.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완료하지 못하는 곳과 사업시행인가 이전단계에 있는 재건축단지들은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이 될 것이다. 서울 아파트 시세 상승의 주역이 재건축아파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 중 상당수가 재건축이 유보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매매시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달라질 대출규제, DSR 조기도입 '주목'

지난 정부에서는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완화해 경기를 부양했지만 신정부는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LTV·DTI 규제 환원 시 경제적 파급효과 등에 대해 관계기관과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LTV·DTI 두 개의 규제를 푼 것이 지금 가계부채 등의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며 규제 환원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678조원을 포함해 1359조원에 달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모든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구입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절반은 생계자금, 사업자금, 대출금상환, 주택임대차 등에 쓰였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2015년 21.4%로 같은 기간 미국(6.4%), 일본(8.5%), 독일(10.4%)보다 높고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8%)보다 높다.
자영업자는 자금이 필요하면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우선적으로 받는 사람이 많다. 사업이 잘 안돼 대출금 상환이 힘들어지면 집을 경매로 넘기거나 금리가 더 높은 다른 대출로 갈아타야 한다. 반면 금융권은 가계가 상환을 제대로 못하더라도 담보를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어 위험도가 낮다.

최근 주목받는 규제항목이 총부채상환비율(DSR)이다. LTV는 주택의 담보가치 대비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의 비율로 현재 70%까지 가능하다. DTI는 소득대비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의 비율로 현재 전체적으로는 60%까지 가능하다.

담보대출에서는 원리금을 상환하며 기타 신용대출 같은 비담보대출에서는 이자만 상환한다. 이에 반해 DSR은 신용대출까지 포함한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비율을 뜻한다. DSR이 적용되면 신용대출자의 경우 이자와 원리금을 같이 갚아야 해 상환 부담이 커진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대출한도 기준이 외국보다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LTV는 프랑스(100%), 캐나다(신규 주택 95%), 핀란드(90%), 노르웨이(85%) 등이 한국(70%)보다 훨씬 높다(주택산업연구원). 미국은 금융기관 자율로서 80% 초과시 개인보증보험 의무가 있고, 일본도 90% 이상시 가산금리를 적용한다. 가계대출 연체율과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13년 각각 0.95%, 0.89%였는데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해마다 줄어 0.28%, 0.21%까지 내려왔다. 기업대출 연체율(0.79%)보다 훨씬 낮은 상태다.

어떤 형태든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는 가계부채 상승을 억제하고 부동산 과열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동시에 실수요자의 거래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설사 실거주 목적 수요자의 대출에는 LTV·DTI를 강화하지 않더라도 투자 목적의 수요자가 들어오지 않아 가격이 오르기 힘들어진다는 전망이 들면 실수요자도 구입을 꺼리게 된다.

아파트 매매가의 절대 수준이 높은 만큼 대출상환 부담도 많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대출을 풀어 놓더라도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사라지면 전세를 택하게 된다.

반대로 대출을 조여도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강하면 가능한 범위 내 대출을 최대한 받으면서라도 구입하려 한다. 즉 구매의사 결정은 앞으로의 매매가 변화에 대한 전망이나 기대감, 심리에 크게 좌우된다.

◆시세차익 노리단 낭패볼 수도

부동산시장에는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물론 그 격언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여러 경제 변수와 글로벌 부동산시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다만 정책의 방향과 시행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의지까지 표명했다. 현재는 주택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에게 2년간 주거권이 보장되는데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실시되면 2년 추가로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거주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임대차 재계약에서 세입자는 임대료를 5% 안에서만 올려주고 4년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반면 전세 끼고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하려는 심리는 위축된다.

김 부총리는 "종부세가 현재는 많이 수정돼 당장 어떻게 할 계획은 없다"면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새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시장의 부양이나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가 아니라 주택가격의 안정, 서민과 신혼부부 및 청년세대의 주거 안정, 공적임대주택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전세를 끼고 구입해 시세차익을 겨냥하는 투자는 지금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좁혀지다보니 매매가와 전세금 차액을 투자금으로 아파트를 사들이는 기법인 갭투자가 성행해 아파트 한채 가격으로 여러채의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도 있다. 그러나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는 투자에서는 가격이 상승할 때 수익률이 확대될 뿐 아니라 하락할 때도 똑같이 손실률이 확대돼 위험부담이 커진다. 전세율 90%인 주택을 투자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매매가격이 10% 하락하면 투자금이 한 푼도 회수되지 않는 깡통주택이 된다.

한편 올해 전국의 입주 예정 아파트는 36만9759가구로 1998년의 39만4427가구 이후 최대 물량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42만589가구가 입주한다. 투자목적으로 구입한 사람들은 일단 전세를 놓게 되므로 대규모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우려된다. 그러나 주거 여건이 괜찮은 지역에서 실거주하는 경우에는 주택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오랜 기간 직접 사는 동안 건축비 상승 및 물가의 전체적인 상승에 맞물려 나중에 시세가 회복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내집이라면 집을 팔 때 집값이 하락해 있어도 내가 들어가기 위해 구하는 집값 역시 하락했기 때문에 마찬가지가 된다. 죽을 때까지 보증금 상승이나 월세에 신경 쓰지 않고 내집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면 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