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일반적으로 최고 온도가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간 지속되면 폭염주의보를, 35도가 넘는 날이면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그런데 이미 6월 열사병지수가 ‘매우 위험’을 기록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몇몇 교육청이 폭염대책으로 단축 수업과 휴업을 검토할 만큼 심각한 무더위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차례 마음의 준비를 해도 이 더위와 함께할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특히 폭염이 지속되면 일사병이나 열사병, 열 경련, 열 실신 같은 온열질환이 발생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보다 구체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
◆체온 적응과정에서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온열질환
일반적으로 주변 환경이 뜨거워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여러 기전을 작동한다. 체표로 흘러가는 혈관을 확장시켜 피부 면을 통해 바깥으로 열 발산을 촉진하거나 땀 속의 수분이 열을 안고 증발할 수 있도록 많은 땀을 흐르게 해서 체온을 낮추고 소변량을 줄이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적응과정이 지나치면 몸에 문제가 발생한다. 혈관 쪽으로 피가 과도하게 쏠려 머리로 가야 하는 피가 부족해지면서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더위에 쓰러질 수 있다. 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몸 속 수분이 부족해지면 탈수가 진행되거나 각종 전해질이 땀으로 빠져나가 전해질 장애가 초래되기도 한다.
전부 체온조절이 지나쳐 나타난 온열질환이다. 앞에서 언급한 일사병, 열사병, 열 경련, 열 실신 등도 온열질환에 포함되는데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가장 많다. 특히 60세 이상의 환자는 온열질환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가족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상황판단에 미숙한 어린아이나 장애인을 뜨거운 곳에 혼자 두거나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원인·증상·응급조치가 각기 달라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는 온열질환에 걸리면 두통과 어지럼증, 갈증 등을 느끼다가 점차 의식이 흐려져 쓰러진다. 이 경우 일사병과 열사병을 잘 구분해 상황에 맞는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일사병은 더운 곳에서 장시간 일했거나 햇빛에 오래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일사병에 걸리면 피부가 축축하게 젖거나 차가운 상태가 되는데 가끔 피부의 온도가 높아질 때도 있으나 그렇게 뜨겁지는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때 그늘 아래에서 충분한 수분을 보충해주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고온과 높은 습도를 가진 폐쇄된 공간에서 발병하는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피부상태가 뜨겁고 건조하다.
열사병 환자는 구급차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으므로 시원한 그늘로 옮겨 옷을 벗기거나 차가운 물과 얼음으로 체온을 최대한 빨리 낮추는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수분 섭취·적절 냉방으로 예방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기온이 높은 낮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만약 야외에서 작업이나 활동을 해야 한다면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시간과 강도를 계산해 평소보다 자주 물을 마셔주는 것이 좋다. 물을 섭취하면 신체 온도가 낮아지고 과도한 땀과 수분을 배출해 탈수가 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아이스커피나 시원한 맥주 같은 카페인 음료와 알콜성 음료를 마시면 순간적으로는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지만 실제로는 이뇨 효과로 탈수가 촉진된다. 따라서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생수나 전해질이 포함된 스포츠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모자나 양산을 이용하면 직사광선에 의해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한낮에는 실내온도가 높아지므로 커튼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자주 환기를 시켜 공기가 오염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에어컨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기를 특히 당부한다. 우리 인체는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감당한다. 하지만 너무 급격한 변화는 우리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쏟게 만들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
이를테면 30도에 가까운 한여름 날씨에 있다가 에어컨 냉방으로 18도까지 내려간 실내에 들어오면 우리 인체는 30도에 맞게 준비했던 몸을 10도 이상 차이 나는 환경에 다시 맞춘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우리 인체는 적응능력에 교란을 느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악순환을 겪는다. 따라서 여름철에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이를 크게 하지 말고 24~26도의 조금 덜 더운 상태로 유지하기를 권한다.
한방학적 관점에서 중서라고 불리는 온열질환은 쉽게 말해 여름철 더운 환경으로 인해 기와 진액이 빠져나오면서 걸리는 질환이다. 따라서 기를 보충해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인데 기가 허하고 맥이 빠졌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으로는 생맥산이 있다.
생맥산은 인삼, 맥문동, 오미자로 구성되는데 인삼은 여름철 떨어진 기운을 올려주고 맥문동은 땀으로 빠져나간 진액을 보충하며 오미자는 수렴작용을 통해 기와 진액이 빠져나가지 않게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생맥산(인삼, 오미자 각각 4g, 맥문동 8g)을 다려 냉장고에 넣은 후 음료수로 활용하면 가정에서도 쉽게 여름철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여름철 더위에 지치면 어느샌가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특히 해가 떨어진 후에도 지속되는 최저 기온 25도의 열대야는 밤잠을 설치게 해 피곤함과 불쾌지수를 배로 높인다. 하지만 화를 내고 열을 낼수록 뜨거워지는 것은 우리 몸이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가라앉혀서 화가 동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여름철에 꼭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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