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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산업계는 반도체로 시작해 반도체로 끝났다. 국내 전체 수출량의 12%에 달하는 반도체의 사상 유례없는 초호황에 메모리 반도체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스란히 그 수혜를 누렸다.
지난달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인텔을 제치고 올해 전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됐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의 절대강자 인텔을 24년 만에 왕좌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파운드리를 포함한 매출에서 이미 인텔을 앞섰지만 파운드리 매출을 별개로 보는 업계의 특성상 3분기에 자타공인 선두업체가 됐다.

SK하이닉스도 실적 신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다. 3분기에는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3개월만에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력 품목인 D램의 가격 급등으로 영업이익률도 50%에 달한다.


◆세계 최강 ‘한국 반도체’

반도체시장은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 논리 작업 등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휘어잡은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의 D램과 낸드플래시다. D램은 CPU가 연산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임시공간을 제공하는 부품이며 낸드플래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스마트폰 등에 주로 활용되는 대용량 저장장치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급증,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형성됐다. 지난해 말 1.94달러(약 2116원)에 머물던 D램(DDR4 4GB) 평균 가격은 지난달 말 3.59달러(약 3916원)로 85.1% 올랐다. 낸드플래시(128GB MLC)의 평균 가격도 같은기간 4.22달러(약 4604원)에서 5.60달러(약 6109원)로 32.7% 상승했다.


D램의 몸값 상승은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IT산업 성장에 기인한다. 이들 국가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쏟아지는 데이터를 감당하기 위해 서버를 대량 구매해 수요를 견인했다. 또 올해 고사양을 요구하는 PC게임의 성장으로 정체기에 빠졌던 PC용 D램도 불티나게 팔렸다. 시장조사기관들은 현재 5.3GB 수준의 PC 평균 D램 탑재량이 내년엔 5.7GB, 2020년 6GB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낸드플래시도 IT산업의 발전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과거보다 확연하게 많아진 데이터는 기존 하드디스크(HDD)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 자리를 낸드플래시가 대체하면서 시장이 커졌다. 스마트폰의 보급도 낸드플래시 기술의 발전을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도 낸드플래시의 사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슈퍼사이클 당분간 이어진다
시장의 눈은 자연스럽게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 지에 쏠린다.

일단 상황은 긍정적이다. IT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PC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수요가 줄어도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이 수요를 이어받아 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IC인사이트는 자동차용 반도체 매출이 올해 280억달러(약 30조5900억원)를 기록할 것이라며 전년 229억원보다 약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흐름은 2021년 429억달러(약 46조8900억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자율주행차가 하나의 거대한 IT기기가 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수요를 고스란히 넘겨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 각국의 흐름을 살펴봐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정부는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주도로 신형반도체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일본이 집중 투자하는 분야는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반도체로 기존 메모리반도체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를 위해 700억엔(약 6745억원)을 투자한다는 예산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인텔을 중심으로 반도체산업 재편에 나섰다. 인텔은 자율주행차 관련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올해만 90억달러(약 9조8325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애리조나에 8조원을 들여 반도체공장을 세우고 AI기업 모빌아이를 1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대만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대만정부는 앞으로 4년간 1억3200만달러(약 1442억원)를 반도체산업에 투자한다고 공표했으며 TSMC를 위시한 대만 반도체업계는 자율주행차와 IoT 반도체 물량이 쏟아질 경우를 대비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TSMC가 웨이퍼공장과 반도체 설계센터에 투입한 자금만 30억달러(약 3조2775억원)에 달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접할 수 없는 기술로 시장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전방위 수성에 나선다. D램은 평택공장을 신설, 가동에 들어가며 지난달 말 선보인 4세대 64단 V낸드플래시에 이어 5세대 96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돌입했다. 또 올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분리하면서 각각의 전문기술을 축적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주력인 D램보다 부족한 낸드플래시에 올인한다. 내년 낸드플래시 신규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96단 3D낸드플래시 개발을 본격화한다. ‘낸드코어 태스크포스’(TF)를 이끌어온 박성계 상무를 지난 7일 전무로 승진 발령하고 미래기술연구원 산하 ‘파르테논TF’를 신설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96단 낸드플래시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견이 분분하다”며 “하지만 최고 내년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 투자에 열을 올리는 만큼 일각에서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