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산업현장의 미세먼지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아직 미세먼지의 발생원인 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제도를 시행할 경우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 정부가 미세먼지 다량 배출업종으로 지목한 정유·시멘트·철강·발전업계의 자금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이 지난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도권 먼지총량제 단계적 시행 등 미세먼지 강화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강화되는 미세먼지 규제
내년부터 시행되는 미세먼지 관련 규제는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 대책’에 기반한다. 이 대책은 202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4년(32만4109톤) 대비 31.9% 줄어든 22만836톤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고 노후발전소의 조기 폐지를 추진한다.


또한 질소산화물을 대상으로 배출부과금을 신설해 미세먼지 2차 생성물질에 대한 관리체계도 강화하며 당장 내년부터 산업현장에 미세먼지 배출 총량규제를 도입한다.

총량규제는 사업장별로 연간 배출할 수 있는 오염물질 총량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다른 사업장의 배출권을 사들여야 하며 배출권 없이 총량을 넘길 경우 과징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의 화력발전소·소각시설 등 대규모 사업장 162곳의 소각·발전·보일러 시설부터 우선적으로 제도를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570여 사업장의 건조나 분쇄 단계에서 나오는 먼지까지 관리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수도권 외에도 충청·동남·광양만권 등 전국적으로 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미세먼지 배출 총량규제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문제를 그대로 되풀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는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탄소 배출권 총량규제를 도입했지만 심각한 수급불균형으로 거래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과 다름없는 상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계를 중심으로 배출권을 사려는 기업은 많지만 정작 팔려는 기업이 없기 때문.

올 하반기 탄소 배출권 거래량은 300만톤 수준으로 발전업종이 올해 할당받은 탄소배출량인 2억2587만톤의 1.3%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할당량이 너무 적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무작정 제도를 도입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원인 규명이 먼저

정부가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자로 지목한 석유화학·철강·발전·시멘트 4대 업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저감 시설 등의 대안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제도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설 도입이 늦어질 경우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나 기존에 도입된 탄소배출권 제도조차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세먼지와 관련한 규제와 과징금 부과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의 통상압박으로 대외적인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규제까지 겹쳐 어려움이 크다”며 “제도 취지는 공감하나 업종별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점진적으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한다.

그간 정부는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제대로 된 통계나 정교한 원인 분석 없이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구기관에 따라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최소 30% 수준에서 최대 80%로 50%포인트 이상 차이 나는 것 역시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배출원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와 관련 최준영 국회입법처 조사관은 지난 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 미세먼지 정책토론회’에서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정책효과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며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와의 상관관계, 현행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저감이 어려운 이유, 부과금 제도 신설시 효과 등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술 경희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량 산정시 자연발생, 분진 등 오염원 누락과 통계의 부정확성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초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한 후 원인별 저감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업종별 특성과 기술수준을 감안해 대기오염배출량에 따라 규제의 강도를 차별화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