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울산공장에서 열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단체교섭 출정식. /사진=뉴시스

완성차업계 임단협이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안정적으로 생산에 전념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의 갈등은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현대차, 잠정합의 부결

현대차 노조는 지난 10월 하부영 노조위원장을 필두로한 새 집행부가 출범한 뒤 8차례 교섭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지난 22일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찬성보다 반대표가 많아 부결됐다.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을 비롯한 전국 사업장에서 노조 조합원 5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는 50.24%의 반대로 부결됐다. 투표인원은 4만5008명(투표율 88.44%)으로 이중 2만261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차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300%+280만원 지급 ▲중소기업 제품 구입 시 20만포인트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기존 노조 요구안인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노조 집행부 역시 잠정합의 직후 “조합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성과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노조원 투표 부결로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연내타결을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올해 주력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부진하며 영업이익률이 급감한 현대차는 현재의 잠정합의안에서 한발 더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손실액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기아차, 통상임금 난항

현대차의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며 기아차 노사 역시 임단협을 연내 타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21일 23차 본교섭을 실시했지만 서로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이날 제시안에서 ▲기본급 5만5000원 인상 ▲성과 격려금 300%+250만원 등의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집행부는 거절했다. 기아차 노사는 오는 26일에서 연내합의를 위한 집중교섭을 벌일 계획이다.

통상 기아차는 현대차가 임단협을 타결한 이후 비슷한 조건으로 잠정합의를 도출해왔지만 업계에선 올해 기아차 노사는 현대차 임단협 타결과 별개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통상임금 갈등이라는 변수가 표면에 올라왔기 때문. 기아차는 올해 통상임금 1심 판결 패소로 충당금을 설정해야해 10년만의 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는 올해 회계상 적자가 확실시되다보니 흑자를 낸 현대차와 다른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상임금과 관련된 단체교섭 내용을 놓고도 첨예한 마찰이 예상된다. 노조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즉시반영 ▲통상임금 대표소송에 대한 후속협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지난 19일 사측 요구안에는 ‘통상임금 과거분은 법원 최종심 결과에 따르고 미래분에 대해서는 합리적 임금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자’는 조항이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노사의 단협 내용은 향후 통상임금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부분”이라며 “양 측이 한발도 물러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지엠, 총파업 예고

한국지엠 역시 연내타결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앞서 제기된 철수설과 내년 출시예정인 신차 에퀴녹스의 수입판매 계획 등에 반발한 노조의 투쟁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카허 카젬 신임사장은 강경행보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며 갈등이 극으로 치닿는 모양새다. 노조는 지난 19일 23차 임금협상에서 연내타결을 위해 사측의 기 제시안을 받아들인다고 밝혔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 임단협이 중단된 4개월간 대내외적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임금인상단체교섭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분개했고 노조 지부장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21일 24차 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노조는 급기야 내년 초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교섭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내년 1월2일부터 5일까지 정비지회를 포함한 전 공장의 총 파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