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한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로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지난 9월 김종수 혁신위원장(가톨릭대 교수)을 비롯해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혁신위는 박근혜정부의 남북관계 및 대북·통일정책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사안들을 검토해왔다.

혁신위는 "지난해 2월10일 오전 10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그러나 정부가 밝힌 날짜보다 이틀 전인 8일 개성공단을 철수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지시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3일 동안 관계부처 협의를 한 뒤 2월10일 오전 10시 NSC 상임위원회에서 개성공단 중단을 최종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식적 의사결정 체계를 거쳤다는 것인데 이번 혁신위의 조사로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혁신위는 "NSC 상임위원회는 사후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을 뿐"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누구와 상의했고, 어떤 절차로 이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식 의사결정 체계의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이 전면중단된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가동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 전용'은 구체적 정보나 충분한 근거, 관계기관과의 협의 없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삽입됐음도 밝혀졌다. 주로 탈북민의 진술 및 정황에 기초한 문건을 임근 전용의 근거로 삼는 바람에 객관성과 신뢰성이 결여된 결정을 내렸고, 이는 개성공단 재개 등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제한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혁신위는 덧붙였다.


이어 혁신위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은 법률을 뛰어넘는 초법적 통치행위로 이뤄졌다"며 "안보적 위기상황에서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남북관계도 법치의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통일정책은 정치적 당파성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률에 근거해 일관성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통일부 내 법무담당관실을 설치하고 통일정책 법제화 태스크포스(TF) 및 범부처 실무위원회 구성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