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0일 저녁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상임위원장 선출안 표결엔 민주당 등 167명이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독선과 오만의 정치'라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한병도 운영위원장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 ▲유동수 정무위원장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송기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진성준 국방위원장 ▲김영진 행정안전위원장 ▲이재정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서삼석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이광재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이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양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후반기 원 구성 관련 수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법사위원장 배정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권을 앞세워 주요 법안 처리의 병목으로 작용해온 만큼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은 관례상 원내 2당이 맡아야 한다며 맞섰다.
법사위는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 체계·자구 심사를 맡는 상임위다. 국회법상 위원회에서 법률안 심사를 마치면 법사위에 회부해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돼 있어 사실상 모든 법안이 본회의 표결 전 법사위 문턱을 지나야 한다. 이 때문에 법사위원장은 쟁점 법안의 처리 속도와 본회의 상정 여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꼽힌다.
정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에서도 민주당을 향해 "정말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의 정치"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여야 협상과 합의 없이 11개 상임위를 본인들끼리 결정해서 먼저 가져가고 소수당은 '남은 7개나 가져가든지 아니면 우리가 다 차지하겠다'고 조롱투로 일관하고 있다"며 "소수당에 대한 존중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오만의 정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남은 7개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수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2024년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때도 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우선 처리했다. 이후 약 2주 뒤 국민의힘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수용을 결정하면서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다만 국민의힘이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출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나머지 상임위원장까지 선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상임위 독식 여부가 여론을 가르는 결정적 조건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민주당이 처음부터 전체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기보다는 우선 일부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뒤 추후 국민의힘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명분을 쌓고 나머지 상임위까지 18개를 모두 가져가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위원장 개수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일하는 국회를 시급히 만드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미루지 않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 11개 상임위원장을 먼저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사위를 포함해 여당 11곳, 야당 7곳으로 나누는 안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만 고수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며 18개 상임위 독식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도 상임위 독식은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6월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당시 민주당은 여야 협상 결렬 끝에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갔다. 이후 '견제 받지 않는 거대 야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부동산 정책 실패 등 다른 악재가 겹치며 정권 후반 민심 이반이 커졌다.
2021년 7월 7개 상임위를 야당에 배분했지만 이미 '독주' 프레임은 굳어진 뒤였고, 그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을 야당에 내줬다. 2022년 대선 패배로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상임위 독식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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