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CES 2018’ 개막을 앞두고 지난 1월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데이빗 반더월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총괄이 서빙로봇, 포터로봇, 쇼핑카트로봇 등 신규 컨셉 로봇 3종을 소개했다. / 사진=LG전자
산업계가 ‘로봇’에 빠졌다. 제조현장의 효율을 높여주는 산업용 로봇을 비롯해 수트처럼 입고 힘을 극대화하는 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인프라 부문이나 개인생활에서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것. 특히 주요기업들은 ‘로봇’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핵심 성장동력으로 보고 그룹차원의 역량을 집결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축 부상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2016년 915억달러에서 2020년 1880억달러로 2배가량 급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기업들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로봇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ICT 부문 대표기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무선사업부 산하에 ‘로봇 하드웨어(HW)’ 부서를 신설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년간 로봇을 장기 연구 과제로 선정하고 종합기술원과 DMC연구소 등 연구·개발(R&D) 조직에서 관련 기술을 연구해온 삼성전자가 사업부서 산하에 전담 조직을 꾸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무선사업부 내에 로봇 하드웨어 부서가 구성됐다는 점에서 조만간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혁신 스마트기기(로봇)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AI 및 IoT 플랫폼과 연계해 다양한 형태와 분야의 로봇사업 관련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올 초 CES 2018에서 “로봇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면 거짓말”이라며 “무엇에 필요한 로봇인지 목적이 명확해지면 사업이 빨리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LG전자는 개인 생활과 사회 서비스 분야 로봇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월 ‘CES 2017’에서 가정용 로봇, 청소 로봇 등의 신제품을 공개한 뒤 3월에는 국내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SG로보틱스와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6월 CTO(최고기술책임자) 직속 ‘AI 연구소’와 ‘로봇 선행연구소’를 신설하고 최근 국내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또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의 시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올 초 ‘CES 2018’에서는 서빙로봇, 포터로봇, 쇼핑카트로봇 등 신규 로봇 3종을 공개했다.

LG전자 CTO 박일평 사장은 ‘CES 2018’에서 “1차적으로는 서비스 로봇에 집중하고 다른 로봇 출시도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영역확대 방침을 시사했다.

송대현 H&A사업본부장(사장)도 최근 “음성인식 AI가 탑재된 스마트 가전도 일종의 로봇”이라며 “주변에 (로봇사업을)확장할 영역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에서 IT사업을 전개하는 SK C&C도 지난해 12월 한국암웨이 성남 브랜드센터에 AI로봇 에이브릴을 공급했다. SK C&C는 에이브릴 기반의 로봇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국내 AI로봇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 세번째)과 박지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해 12월20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두산로보틱스 공장을 방문해 협동로봇 조립공정을 살펴봤다. / 사진=두산로보틱스
◆산업 경계 넘는 기업들
전통적으로 ICT 기술과는 거리가 먼 산업군도 로봇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융복합’을 주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ICT 기술을 적극 접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이하 현대차)다. 현대차는 최근 로봇·AI사업을 ▲차량전동화 ▲스마트카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과 함께 ‘5대 신사업 추진계획’에 포함시키고 총 23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로봇과 AI는 현대차의 사업 중 상대적으로 부각된 적이 없던 까닭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완성차메이커가 로봇메이커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2015년 노약자,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수트 4종을 개발했다. 이 중엔 하반신 마비자를 걷게 하는 의료용 로봇 수트도 있다. 지난 1월17일 김동연 부총리가 남양연구소를 찾았을 당시 현대차 측은 이 같은 웨어러블 로봇 수트를 시연했다.

현대차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올해 조기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한화테크윈과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협동로봇이란 사람과 협동해서 일하는 로봇으로 산업현장에서 작업자를 도와 안전사고 위험이 큰 작업을 수행하며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인간이 협력해 제조 혁신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협업로봇 ‘HCR-5’를 공개한 데 이어 올 상반기 HCR-3, HCR-12를 출시한다. 주로 금속 가공 및 플라스틱 사출 기계 작업 중 발생하는 신체 끼임 사고나 화상 위험이 있는 공정, 또는 나사 조립과 같은 반복적이고 지루한 공정에 사용된다.

두산로보틱스도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시 고색동 수원산업단지에 연간 최대 생산량 2만여대의 협동로봇공장을 준공하고 4개 모델 양산에 들어갔다.

두산로보틱스는 일진그룹 주요 계열사 공정에 올해 말까지 협동로봇을 공급하고 현대차와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해외에도 진출해 연간 1000대 이상, 양산 5년차인 2022년에는 연간 9000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협동로봇 선도업체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고 시장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