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가 여전히 금융시장의 핫이슈다. 어떤 금융회사 종사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새 둥지를 틀었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환경에 발은 담근 젊은 뱅커 혹은 증권맨이다.
◆비난 쏟아졌지만 지금은 금융 트렌더
문정곤 블록뱅크 대표(38)도 가상화폐시장으로 발을 돌린 젊은 증권맨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8월 NH투자증권에서 나와 블록뱅크를 세웠다. 블록뱅크는 가상화폐 거래소 링커코인을 운영하는 사업체로 올 상반기 코인엑스, 비트나루 거래소 설립을 계획 중이다.
“대학교 졸업 후 미국 증권사 커틀러트레이딩그룹의 시스템 트레이더로 일했어요. 많은 투자상품을 매도·매수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죠. 그런데 2013년 키프로스사태가 터지고 전통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봤어요. 기존 화폐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가상화폐에 돈이 몰려 2~3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200달러까지 오르는 것을 목격했죠. 당시 키프로스에는 비트코인 거래가 늘어 비트코인 자동 입출금기까지 나왔으니까요. 가상화폐가 미래 금융산업을 바꿀 주인공이 되겠구나 확신했습니다.”
우리나라 가상화폐시장은 2013년 첫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시작으로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1세대 거래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는 한국블록체인협회에 가입했거나 가입 의사를 밝힌 가상화폐 거래소가 25곳으로 늘었고 투자자는 300만명에 달한다. 문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 1세대로 비트씨네트웍스 거래소 시스템을 개발했다.
“잘 나가는 트레이더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일한다고 하니 ‘불법 다단계 같은 시장에 빠졌다’, ‘사기꾼이 됐다더라’고 비난도 받았죠. 하지만 가상화폐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저도 인정받기 시작했어요. 비난하던 사람도 ‘외국물 먹고 오더니 금융시장 트렌드를 빨리 읽는다’고 입장을 바꿨죠.”
승승장구하던 문 대표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콕스가 해킹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가상화폐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다. 당시 470억엔(약 4596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유출되자 마운트콕스는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가상화폐가 이목을 끌기 시작한 터라 거래소의 부실한 보안문제가 가상화폐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가상화폐도 결국 가치를 지닌 화폐인데 해킹문제가 거론됐죠. 2014년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씨네트웍스를 세우려고 했다가 연이어 터지는 거래소 해킹문제로 펀딩(투자)이 무산됐어요. 결국 비트씨네트웍스는 자본금 부족으로 쪼개졌고 저는 무엇보다 보안기술이 우선이라는 교훈을 얻었죠.”
◆P2P 거래 가능한 가상화폐 시스템 개발
문 대표가 주목하는 가상화폐는 이더리움이다. 비트코인은 시가총액 1위로 몸집이 크지만 현실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화폐기능은 물론 전자투표, 계약의 문서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이 가능한 플랫폼형 가상화폐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미국 독립 신용평가사 와이스레이팅스가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기술이 업그레이드됐고 거래속도가 더 빠르다는 평가다.
“블록뱅크는 이더리움처럼 별도 거래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가상화폐 소유자들이 사고 팔 수 있는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거래소 없이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죠. 쉽게 말해 가상화폐를 P2P(개인 간 거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역할입니다. ‘거래소 없는 거래소’라면 이해가 쉬울까요. 고객들은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어요. 관건은 개인끼리 거래하는 알고리즘에 수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합니다. 블록뱅크는 가상화폐 잔고량이 충분한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수준에서 개인 간 거래하는 시장으로 커진다는 얘기다. 가상화폐 P2P라는 생소한 시장에 도전한 그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금융시장이 발달돼 가상화폐시장도 빠르게 성장했어요. 하지만 투자자가 이성적인 판단으로 투자에 나서는 성숙단계에 올랐다고 할 순 없죠. 지난해부터 9차례에 걸쳐 세미나를 열고 가상화폐 투자원리를 소개했는데 여전히 ‘가상화폐가 뭡니까’란 질문을 받는 걸 보면 아직까지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고 블록체인 저서를 집필해 가상화폐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마지막에 문 대표는 ‘블록체인에 금융을 더 한다’라는 경영슬로건을 소개했다. 블록체인기술을 금융시장에 탑재하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많은 사람이 4차산업기술로 블록체인을 꼽죠. 블록체인기술을 극대화시킨 사례가 가상화폐 거래라고 생각해요. 가상화폐로 P2P거래,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을 선보여 우리나라 금융환경에 보다 선진화된 블록체인기술을 이식할 겁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26호·제5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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