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또다시 거세게 불고 있다. 내년 1월 수수료율 재산정을 앞두고 정부가 사실상 인하 방침을 내세우면서다. 정부는 오는 7월 소액 결제가 많은 일반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평균 0.3%포인트 인하할 방침이다. 약 10만개 업체가 연평균 200만~300만원의 수수료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그러나 카드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 인하가 영세한 가맹점일수록 ‘가뭄 속 단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지만 금융전문가들은 당국의 과도한 가격 책정 개입으로 카드소비자의 혜택만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당국 개입으로 9차례 인하
카드수수료는 2007년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합리화 방안’이 나온 이후 총 9차례 인하됐다. ‘힘없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사가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시장논리로 보면 결제 건수가 많고 규모도 큰 가맹점일수록 낮은 수수료를, 매출액이 작을수록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 카드사가 매출액이 큰 가맹점엔 ‘을’의 입장에서, 작은 가맹점엔 ‘갑’으로서 수수료 협상을 벌여온 배경이다. 즉 정부의 카드수수료 산정 개입은 대기업인 카드사를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영세한 가맹점에 힘을 실어주려는 대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연매출 4800만원 미만인 가맹점을 ‘영세가맹점’으로 지정, 카드사가 이들 가맹점에 매길 수 있는 최고 수수료율을 2.3%로 정했다. 이른바 ‘우대수수료율’이다. 그전엔 매출액 구분없이 모든 가맹점의 수수료율 상한선(4.5%)만 있었다.


문제는 2007년 이후 수수료율 산정에 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3년마다 카드수수료 적격 비용을 분석해 수수료율을 산정케 하는 ‘신 가맹점수수료 체계’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지만 우대수수료율은 감독규정 변경만으로 바꿀 수 있어 수시로 인하됐고 적용 대상도 많아졌다. 현재 영세가맹점 적용 범위는 연매출 3억원 이하이며 수수료율은 0.8%다. 1.3%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연매출 기준은 기존 3억원 이하에서 지난해 8월 5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정치 논리’에 빠진 수수료 산정

그렇다면 수수료율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질까. 또 현재의 수수료율은 적정 수준으로 볼 수 있을까. 수수료율은 여전법에 따라 카드수수료를 구성하는 각 원가를 따져 적격비용을 산정, 3년마다 정해진다. 시장환경의 변화에 맞춰 각 원가가 달라지므로 이를 반영해 ‘합리적인 가격’을 정한다는 게 여전법에 명시된 기준이다.

카드수수료 원가를 구성하는 항목은 크게 6가지로 나뉜다. ▲자금조달 비용 ▲연체관리 및 대손처리비용 ▲가맹점관리비 매출처리 비용(밴수수료) ▲손실보상 비용 ▲대금청구 및 입금비용 ▲기타 일반관리 비용 등이다. 각 항목의 원가는 모든 카드사가 대외비로 정해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신동회계법인은 2000년 2.45%의 카드수수료율 원가 분석 시 자금조달 비용을 0.93%로 산정한 바 있다. 전체(2.45%)의 38%에 해당하는 수치다.

시장환경이 변한 만큼 당시의 가격을 현재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자금조달 비용의 비중이 낮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시중금리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의 비중은 달라진다”며 “금리인상기인 현재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수수료율 적정여부 논란에는 ‘정치 논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이명식 상명대 교수는 “서비스 가격에 합리성은 있을 수 없다. 시장가격을 정부가 정하는 것 자체가 정치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라는 말 자체가 사실 정치적인 메시지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소상공인단체 ‘카드수수료 인하’ 간담회. /사진=임한별 기자

◆벗기 힘든 ‘수수료 인하’ 프레임
문제는 카드수수료에 개입된 정치논리가 영세한 가맹점주에게 얼마만큼의 도움을 줄 수 있느냐다. 정부가 오는 7월 소액 결제가 많은 일반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인하하려는 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영세 및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 범위가 확대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현재 수수료율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터라 영세한 가맹점주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인하 효과는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카드 소비자가 체감하는 카드 혜택 감소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가맹점수수료율이 낮아지면 카드사는 수익 보전을 위해 카드 이용자의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신용카드에 담긴 마일리지·카드 포인트 적립률을 낮추는 추세”라며 “전월실적 기준을 늘리는 등 고객이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을 강화하는 것도 가맹점수수료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관행처럼 카드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다 보니 ‘카드수수료는 인하돼야만 한다’는 프레임이 국민에게 씌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26호·제5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