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긴 일본(82.4세)과의 차이는 3.5세로 줄었다. 2011년에는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이 80세로 늘어나 전세계 193개국 중 20위권에 진입하면서 영국, 독일, 핀란드 등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성별로는 남성 76세, 여성은 83세로 나타났다. 평균 기대수명 세계 1위는 여전히 일본(83세)이었다.
◆동아시아에 형성된 '장수벨트'
기대수명은 출생시 현재 수준의 사망률이 유지된다는 가정에서 신생아의 평균 기대수명으로 정의된다. 다만 특정 시기에 태어나는 신생아의 실제 사망률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사망률이 하락세인 경우 실제 수명은 현재의 사망률을 이용해 계산된 출생시 기대수명보다 높아진다.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대수명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188개국을 대상으로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사망자 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23년 동안 세계 남자의 기대수명은 5.8년, 여자는 6.6년 늘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90년 72세에서 2013년 81세로 9세 늘어나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동아시아에 장수 벨트가 형성된 셈이다.
북한의 경우 기대수명이 71세에 머물렀다. 반면 무더운 지역의 빈곤한 국가인 동티모로, 르완다, 네팔, 에티오피아 등은 전염병으로 사망하는 사람 숫자가 감소해 기대수명이 12년 이상 늘어났다.
◆한국 기대수명 세계 1위 예측
지난해 의학전문지 랜싯에 실린 논문은 2030년이 되면 한국에서 태어나는 남자아이 기대수명이 84.07세로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스트리아(84세), 스위스(83.95세), 캐나다(83.89세), 네덜란드(83.69세) 등을 약간 앞지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공동 연구자들이 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 변화를 통계적으로 분석, 추론한 결과다.
특히 2030년생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세나 돼 독보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2위는 프랑스 여성(88.6세), 3위는 일본 여성(88.4세)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 태어난 여성의 기대수명은 일본(86세)보다 한국(84세)이 2년 짧았지만 2030년이 되면 한국이 일본을 확실하게 앞지르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여성만 기대수명이 90세를 넘어서는 셈이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미국 원조로 보릿고개를 넘을 만큼 어렵게 살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된다는 것이 믿어질까 싶다. 1960년 한국의 기대수명은 53.7세에 불과했다. 당시 최상위권은 노르웨이(76세), 네덜란드(75.4세), 스웨덴(74.9세), 덴마크(74.4세), 스위스(74.1세) 등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자국민의 평균수명이 한국보다 20년 이상 높았던 세계 최고 선진국이자 복지국가인 북유럽 국가들을 한국이 추월한다는 것은 통계 데이터와 연구 논문을 보지 않는다면 믿기 힘들다. 인간 평균수명은 오랫동안 90세가 ‘마의 벽’으로 여겨졌는데 이를 처음으로 깨는 국가가 한국이 된다면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 논문은 "인간의 평균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였지만 첨단의학 분야가 꾸준히 발전하고 의료기관이 많아진 덕분에 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논문은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큰 폭으로 상승한 원인으로 교육을 포함한 사회적 자본력 증가, 낮은 체질량지수(BMI), 낮은 혈압, 여성의 낮은 흡연율 등을 꼽았다. 논문의 주 저자인 마지드 에자티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한국인의 기대수명 증가에는 경제성장에 따른 아동의 영양상태 개선,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월한 접근성, 현대 의학기술의 발전, 한국인의 건강한 식생활문화가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건강 양극화' 심화 악영향
반면 미국은 평균 기대수명이 2015년 남성 76세, 여성 81세에서 2030년 남성 79세, 여성 83세로 늘기는 하지만 한국과 유럽 주요국보다 현저히 낮아 체코나 크로아티아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에서 수명이 늘어나는 속도는 이미 둔화됐다. 1970년부터 1990년까지 한국과 일본의 평균 기대수명이 각각 9.3년, 6.9년 늘었지만 미국은 4.4년에 그쳤다. 1990~2010년엔 한국과 일본이 각각 9.3년, 4.1년 증가할 동안 미국은 3.4년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한국인은 건강에 관심이 많고 의료기술이 뛰어나다. 우리 정부는 2009년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등 모든 국민이 평등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확대했다. 방송에서도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 크게 인기를 끈다. 반면 미국은 자국민에게 보편적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아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국의 기대수명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늘었음에도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비만율을 비롯한 건강지표의 악화, 음주·흡연, 약물 남용 등의 문제가 수명이 증가하는 속도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신건강 장애로 인한 사망률, 영아·산모 사망률, 살인율 등이 높아진 점도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어느 나라나 남성보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훨씬 더 길다.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4~8년 오래 산다. 그런데 근래 남녀 기대수명의 차이가 줄고 있다. OECD 국가의 남녀 평균 기대수명 차이가 1990년(6.7년), 2000년(6.2년), 2010년(5.5년)으로 줄었다. 남성의 음주·흡연율이 낮아지고 생활방식이 여성과 비슷해지면서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 차이가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령사회 지나 '초고령사회'가 온다
수명의 증가는 바람직한 것이다. 국가의 경제 수준, 의료시설과 의료기술, 대기환경 및 수질환경, 사회적 복지, 국민 건강상태, 생활방식 등이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인구 비율이 늘어나는데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부담이다. 평균수명의 증가속도가 빨라진 한국은 사회의 고령화 속도 역시 높아졌다.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프랑스는 115년, 미국 79년, 영국 46년, 일본 24년 걸린 반면 한국은 불과 17년 걸렸다.
이제 한국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시점에 도달했다. 고령사회로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3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기까지 일본은 11년 걸렸는데 한국은 현재 추세로 보면 9년 걸릴 것이다. 한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국민의 30% 이상이 65세를 넘어선다. 노인이 됐을 때 어떻게 살아갈지 젊어서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2호(2018년 3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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