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토지공개념’이 부동산시장을 흔들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쉽게 말해 땅의 소유와 처분에 관한 권리를 공적으로 규제한다는 논리다. 현행 헌법에도 토지공개념 관련 조항이 있지만 이번 개헌안과 같이 직접적으로 명시한 것은 1980년대 말 이후 30년 만의 일이다. 만약 개헌안이 그대로 공포된다면 정부가 부동산규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한다. 부동산전문가들은 토지공개념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보유세 강화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수단으로 해석한다.
강남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반시장경제 논란 활활
개헌안은 토지공개념에 대해 ‘토지 소유의 특별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토지 소유권을 개인에게 주되 토지에서 발생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의 재량권을 보다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야권과 일부 부동산전문가들은 토지공개념이 자유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고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토지를 공공재로 보는 것은 절대적인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공공성과 합리성을 내세우더라도 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토지공개념의 취지는 사회불평등 해소지만 토지와 관련한 모든 조세를 평등하게 배분하기는 어려워 빈부격차의 원인이 되는 부동산투기를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그렇다고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듯 사회주의나 계획경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소유권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을 인정하되 사용이나 처분을 제한해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공약, 보유세 현실화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보유세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최종 공약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을 말한다. 종합부동산세는 한사람이 소유한 토지와 주택을 모두 합해 일정금액 이상이면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다주택자 등 자산가가 주요 대상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노무현정부 때 만들어졌다. 관련 세수는 2007~2008년 2조원대를 넘다가 2010년 이후 세율이 내려가면서 1조원대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서울 서초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5억원 오른 반면 종합부동산세는 22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 조세저항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에 급매물이 늘어나는 등 타격이 클 수 있어 정부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여당은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최종발표에는 빠졌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토지공개념은 정부의 보유세 인상이나 시세차익, 임대차익을 추가로 규제할 때 위헌 논란을 최소화하는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공개념 선진국은…

토지공개념은 반시장경제에 가까워보이지만 의외로 일부 선진국에서 오래전 정착시킨 제도이기도 하다.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나라 중에는 싱가포르와 같이 국가가 80% 이상의 토지를 소유했음에도 성공한 자본주의국가로 평가받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지만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토지공개념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적절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고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주거문제를 상당 부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토지 공공성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일종의 돈벌이 수단이 되다 보니 유동자금이 주로 부동산에 몰리고 특정계층이 불로소득을 다 가져가는 불공평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토지공개념을 강화해 집은 돈벌이 수단이 아닌 삶의 터전이란 인식이 자리잡도록 하고 투기를 차단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토지공개념은 강남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던 1964~1971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전국 지가변동률이 50%에 달하자 정부는 1971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도입해 땅값을 진정시켰다. 이후 1980년대까지 지가상승률은 27%대를 유지하면서 부동산투기가 계속됐고 토지거래 허가제 및 신고제, 양도소득세 50% 중과제, 미등기전매 100% 과세 등이 시행됐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명시적인 토지공개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규제정책에도 각종 개발사업으로 투기수요가 이어지고 사회갈등이 일어나면서 1989년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이 만들어졌다.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고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1998년 폐지됐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