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인터파크

누구나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한다. 그때 그 사람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다른 직업을 선택했더라면, 다른 학교에 갔더라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런 상상은 괴롭기만 할 뿐 딱히 답이 있는 게 아니다. 인생은 한번뿐이라 다른 선택을 한 다른 인생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단 한번뿐이다. 우리가 내린 결정 중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지 판단할 수 없는 이유는 주어진 상황에서 한가지 결정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여러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는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삶이 없다.” 밀란 쿤델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빅데이터로 여러가지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빅데이터 속의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나와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길을 간 도플갱어를 찾아내면 된다. 매우 제한적인 조건이지만 아주 작은 그룹까지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는 점이 빅데이터의 힘이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 바로 이런 도플갱어 실험이 소개돼 있다. 뉴욕에는 스타이버선트라는 명문 고등학교가 있다. 졸업생의 4분의1이 아이비리그나 그에 준하는 명문대에 진학하고 학비가 전액 무료여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스타이버선트를 꿈꾼다. MIT와 듀크대학교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스타이버선트에 턱걸이로 합격한 학생과 간발의 차이로 떨어진 학생 수백명을 찾아내 이후의 삶을 분석했다. 실력은 비슷했지만 미미한 점수 차이로 다른 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을 비교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타이 효과’라는 건 전혀 없었다. 스타이버선트에 갔든 안갔든 실력이 비슷했던 학생들은 결국 대학입학시험에서 비슷한 점수를 받고 순위가 비슷한 대학에 갔다. 스타이버선트 졸업생들이 더 좋은 성과를 올리는 이유는 처음부터 좋은 학생이 스타이버선트에 입학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결론내렸다. 어느 학교에 가느냐보다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이 스타이버선트에 갔더라면 주변 사람이, 연봉이, 삶의 질이 달라졌을 거라고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그 사람이 이 결과를 본다면 끔찍한 자기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쓴 데이터 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빅데이터에서 식견을 짜내려면 무엇보다 적절한 질문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엄청난 데이터라고 해도 그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면 일반 여론조사나 설문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는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과 빅데이터가 이토록 강력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지금까지 어떤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도 몰랐던 인간과 사회에 관한 충격적인 진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펴냄 | 1만8000원

☞ 본 기사는 <머니S> 제546호(2018년 6월27일~7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