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 세단이 판치기 이전 국내 중년남성들의 ‘성공’은 그랜저를 타느냐 마느냐로 갈렸다. ‘각 그랜저’로 불린 구형 모델은 1980년대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고급 세단이었다.
이 시대를 추억하는 중년남성들에게 그랜저는 여전히 오너들의 위한 베스트 세단이다. 이런 감성을 갖고 있는 중년들에게는 현재 우리 앞에 서있는 그랜저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확실히 ‘회춘’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보다 젊은 감각을 입고 새롭게 태어난 신형 그랜저는 당당하다. 현재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며 합리적 판단으로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세단이다.
그랜저의 외관은 대담하고 과감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다. 역대 그랜저 중 가장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디자인을 갖춘 느낌이다. 웅장하고 입체적인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과 Full LED헤드램프는 여전히 중년층이 좋아할 만한 고급스러움과 근엄한 이미지를 풍긴다. 측면은 별다른 기교 없이 깔끔하게 뻗었다.
LED 방향지시등이 적용된 아웃사이드 미러와 샤틴 크롬 몰딩, 일체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리어램프 등은 그랜저의 젊은 감각을 극대화시킨다. 전면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매끈한 루프라인이 완성한 부드러운 곡선은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연출한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외관의 감동은 내부까지 충분히 전해진다. 비대칭 대시보드를 시작으로 가죽 재질의 소재가 차량 안에 골고루 펴 발라진 느낌이다. 시트는 푹신하고 확 트인 전방시야도 눈길을 끈다. 아쉬운 점은 중앙 내비게이션 아래 배치된 비상등 스위치가 그랜저의 고급스러움을 깎아먹을 정도로 투박하다는 점이다. 주변의 세련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어색했다.
주행성능은 근엄한 외관과 달리 경쾌하다. 부드럽지만 빠르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다. 3.0ℓ V6 람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로 최고출력 266마력에 최대토크 31.4㎏·m의 성능을 낸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 스마트 총 4가지로 구성됐다. 일반 시내도로에서는 스마트 모드를 주로 활용했다. 이는 운전자 성향 및 도로 환경 등을 스스로 감지해 컴포트 또는 스포츠 모드를 오가는 모드로 별다른 신경을 쓰고 싶지 않을 때 좋은 것 같다.
이후 북악스카이웨이 인근으로 넘어가 스포츠 모드로 전환했다. 짧은 직선 구간에서 일부러 엑셀을 강하게 밟았는데 금세 속도가 올랐다. 보통 엑셀을 급하게 밟으면 과도한 엔진음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그랜저는 예상보다 적었다. 이는 도어 하단부에 적용된 3단 실링 등이 엔진 소음을 억제시킨 것으로 보인다.
코너 구간에서도 스포츠 모드는 유지했고 스티어링 휠을 크게 돌려 중심을 흔들었지만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몸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불편함은 거의 없었다. 적당한 세팅의 서스펜션은 주행의 편안함을 한층 더 높여줬다. 방지턱을 넘을 때도 심하게 튀기거나 하는 느낌이 없이 안정적이었다. 시승과정에서 약 60㎞를 주행했고 평균연비는 6.4㎞/ℓ를 기록했다. 공인연비인 10.1㎞/ℓ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