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먹방'(먹는방송) 전성시대다. 인터넷방송에는 2만개에 달하는 먹방 채널이 생겼고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먹방 크리에이터(제작자)도 등장했다. 공중파에서도 먹방이 빠진 방송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먹방의 인기는 최근 불거진 '먹방 규제' 논란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하나의 트렌드가 된 먹방, 그 의미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먹방시대] ③ 맛집→쿡방→?… 먹방의 변천사


먹방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콘텐츠다. 지상파, 케이블, 인터넷 방송까지 틀었다하면 먹방이 등장한다. 먹방이 수년째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단순히 먹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하기 때문이다. 

사실 음식은 방송가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소재다. 이미 80년대부터 주부 대상 요리프로그램이 존재했다. 90년대에는 KBS ‘6시 내고향’ 같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먹방이 등장했다. 리포터가 제철음식을 소개하고 직접 먹어보는 장면을 먹방의 시초로 볼 수도 있다.

또 90년대 후반 ‘이홍렬쇼’에서 이홍렬과 게스트가 요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쿡방을 연상케 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KBS ‘VJ 특공대’, MBC ‘찾아라 맛있는 TV’ 등이 맛집을 소개하며 시청자의 식욕을 자극했다. ‘먹방’, ‘쿡방’이라는 명칭만 없었을 뿐 이미 먹방은 오래 전부터 존재한 셈이다.

◆먹방, 언제부터 시작됐나


하정우 먹방. /사진=영화 '황해'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먹방이 단독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다. 가만히 앉아서 음식을 먹는, 말 그대로 ‘먹는 방송’이 아프리카TV와 같은 인터넷 방송에 등장했다. 대중들은 많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열광했다. 먹방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방송과 영화 속 먹는 장면도 모두 먹방이라는 용어로 통용됐다.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보여준 먹는 연기나 육아 예능인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사랑, 삼둥이(대한민국만세), MBC '아빠 어디가‘의 윤후 등 어린이들의잘 먹는 모습도 연일 먹방으로 화제가 됐다.

먹방이 인기를 끌자 방송사들은 본격적으로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었다. 초기 먹방 프로그램은 맛집 순회에 가까웠다. 기존에 있던 맛집 소개 프로그램도 먹방 콘셉트를 결합하면서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먹성 좋은 연예인들이 맛집을 찾아다니며 시청자에게 먹는 즐거움을 전했다. Comedy TV ‘맛있는 녀석들’과 K STAR ‘식신로드’, 올리브 ‘테이스티 로드’, MBC에브리원 ‘식신원정대’ 등이 대표적이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먹방

이후 먹방 프로그램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관련 방송이 쏟아지자 제작자들이 타 방송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이때부터 먹방은 먹는 행위에서 나아가 음식이나 요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나 요리를 하는 과정을 담은 관찰 예능이 등장한 것이다. tvN ‘수요미식회’는 스튜디오에 음식을 들여오지 않고도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 tvN ‘삼시세끼’는 직접 재료를 구해 요리를 하는 과정을 그리며 매 시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쿡방’(Cook+방송)이다. 80~90년대 요리 프로그램이 주로 주부를 대상으로 한 교양 프로그램이었다면 쿡방은 더 넓은 층을 아우르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포섭했다. 2014년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집밥 백선생’, ‘오늘 뭐먹지’ 등 쿡방이 꾸준히 생겨났다. 

쿡방의 대명사로 꼽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사진=JTBC 제공

프로그램의 인기와 덩달아 최현석, 샘킴, 이연복 등 스타 셰프도 탄생했다. 뛰어난 요리 실력에 예능감을 겸비한 이들은 방송계뿐만 아니라 광고계까지 접수했다. 특히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구수한 입담과 간편한 레시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백종원은 ‘집밥 백선생’, ‘백종원의 3대천왕’,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을 줄줄이 맡으며 요리프로그램을 섭렵했다. 

쿡방은 비전문가까지 흡수했다. 일반인들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 ‘한식대첩’ 등에서 요리실력을 뽐내는가 하면 연예인들은 윤여정의 ‘윤식당’, 김수미의 ‘수미네 반찬’ 등과 같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며 쿡방 열풍에 합류했다. 

◆먹방, 어디까지 먹을까

최근 등장하는 먹방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장르가 결합되는 추세다. 먹방에 드라마, 여행, 상담, 인문학 등의 요소가 더해진 것이다. 단순히 음식을 먹거나 요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먹방이 사회상을 담아내고 있다.
먹방을 소재로 한 드라마 tvN ‘식샤를 합시다’는 인기에 힘입어 이미 세번째 시즌을 맞았다. 이 드라마에서는 청춘들이 음식을 통해 위로받는다는 주제로 매회 다른 음식을 소개한다. 특히 식사 장면 연출에 공을 들여 시청자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한다. 

올리브 ‘밥블레스유’. /사진=올리브 제공

지난 6월 첫방송 된 올리브 ‘밥블레스유’는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등이 먹방과 함께 인생 상담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시청자의 고민을 듣고 고민해결에 적합한 음식을 추천해준다.

지난달 베일을 벗은 MBC ‘구내식당-남의 회사 유랑기’는 먹방에 회사 탐방을 접목한 직장밀착버라이어티다. 출연자들이 직접 일터를 찾아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에게 기업 정보를 전달한다. 

같은 달 첫방송을 한 SBS plus의 ‘음담패썰’은 ‘食 인문학 차트 토크쇼’라는 테마로 전세계 푸드계의 숨은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지적 욕구와 식욕을 함께 해소한다는 취지다. 

오는 9월11일 정규 편성되는 EBS ‘조식포함 아파트’는 출연자들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밥을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먹방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먹방은 대표적인 저예산 프로그램이자 시청률 보증수표여서 유사 프로그램이 범람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행이나 가족 스토리를 얹히면 파생상품도 무수히 제작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토대가 만들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