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는 리라화 폭락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통화스와프와 같은 외환거래를 제한하는 등 긴급 조치를 내놨지만 앞으로도 외화 유출과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는 지금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며 외교적 공세를 계속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터키발 불안은 신흥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리라화 쇼크, 신흥국 통화가치 연쇄 하락
터키발 금융시장 불안으로 신흥국의 주식이나 통화를 산 투자자들도 좌불안석이다. 신흥국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 아르헨티나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여기에 리라화까지 급락해 손실이 커질 위기다.
최근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리라화 쇼크 후 달러당 30페소를 찍고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안정됐던 페소화는 하루 만에 2% 넘게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도 하락세다. 루피화는 지난 14일 달러 대비 환율이 처음으로 70달러를 돌파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2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고 중국 위안화 고시환율은 달러당 6.86위안으로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달러는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하락한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전망도 밝은 편이다.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4개월 동안 8% 상승했고 이달 들어 2.2% 올랐다.
투자 전문가들은 러시아, 이란과 같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도 대외적인 상황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터키발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만큼 달러화 강세로 인한 신흥국의 통화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러시아와 이란 등 미국의 제재를 직접 받는 국가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터키 정부, 금리 인상 머뭇… 리라화 더 떨어질 듯
신흥국 통화 중에서 터키 리라화는 가치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다음 달 13일 터키 정부는 통화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미국과 터키의 외교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터키 중앙은행이 거시경제와 통화정책을 불균형하게 이끌고 있다는 비난의 시각도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 피닉스 캐런 애널리스트는 리라화 가치가 오는 4분기에 달러당 8리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리라/달러 환율은 7.2리라 위로 솟구친 뒤 다시 하락하는 추세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리라/달러 환율 상승은 리라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로 낮아진다는 의미다.
캐런 애널리스트는 "터키 자산 가치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터키가 전략적인 변화를 단행하지 않고서는 달러당 8리라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