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다. “다 좋은데 자네는 장난스러운 게 문제야. 어떤 일들은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A씨는 당시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겼지만 그 말은 마음 한구석에 오래도록 남았다. 동료들과 친해지고 싶어 친근하게 다가갔을 뿐인데 너무 경솔히 행동한 건 아닌지 찝찝함을 떨칠 수 없었다.
우리는 매 순간 사람들의 평가를 받으며 살아간다. 어려서부터 가족과 친척들에게, 학교에선 생활기록부를 통해 선생님의 평가를 받는다. 직장에서는 업무 평가가 이뤄지고 승진이 결정된다. 심지어 별 생각 없이 SNS에 올린 짤막한 글, 한장의 사진조차 자신의 이미지를 결정해버린다.

이처럼 평판은 일상 깊숙이 자리한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나에 대한 남들의 생각’이어서 나에 대한 평판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평판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떨까.

데이비드 월러와 루퍼트 영거의 신작 <평판 게임>은 원하는 평판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우선 저자들의 이력이 독특하다. 데이비드 월러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논평 ‘렉스 칼럼’을 전담했다. 루퍼트 영거는 옥스퍼드대학교 기업평판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끈 주역이다.


10여년 동안 평판에 관한 이론과 실전을 두루 섭렵한 끝에 저자들이 발견한 사실이 있다. 평판은 치밀한 두뇌싸움으로 얻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흔히 ‘평판을 쌓는다’라고 하지만 저자들은 ‘평판은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게임을 하듯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전략만 잘 세우면 누구나 유리한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 애플, 구글, 스냅챗, 링크트인, 폴크스바겐, 제너럴일렉트릭 등 분야를 막론하고 평판 하나로 희비가 엇갈린 개인과 기업의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 있다. 저자들이 발로 뛰며 만나고 연구한 인물의 경험이 그 자체로도 흥미진진하다. ‘비슷한 순간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며 스스로를 비춰볼 수도 있다.

인간관계로 상처받고 그로 인한 불안과 우울감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자존감을 높여라’, ‘남들 얘기에 일일이 반응하지 마라’ 식의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실제로는 하나마나 한 지침이거나 현실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좋든 싫든 남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오히려 나에 대한 타인의 말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평판 게임>은 평판으로 인생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원하는 강점만 추려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를 발굴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데이비드 월러·루퍼트 영거 지음 |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1만6000원

☞ 본 기사는 <머니S> 제560호(2018년 10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