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사진=뉴스1

'사법 농단'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심사가 약 6시간 만에 끝나났다. 구속심사에서는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검찰과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임 전 차장이 팽팽히 맞서며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6일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임 전 차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수사를 맡았던 부부장급 검사 4명을 투입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중간 책임자'로 핵심 역할을 맡았다고 판단, 23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청구서를 통해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법관 동향 파악 및 재판 거래·개입,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사법 농단 의혹에서 실무를 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용된 죄명만 해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등 6가지 이상이고 개별 범죄사실만 은 수십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그간 80여명의 전·현직 법관을 조사해 임 전 차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진술을 확보했다. 아울러 임 전 차장 소유의 USB(이동식 저장장치) 등도 혐의 소명의 근거로 내세웠다.

검찰은 특히 재판 독립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확인 소송을 예로 들었다. 검찰은 당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행정처에서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전주·광주·서울고법 등에서 진행된 통진당 관련 재판 5건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관련 소송이 상고심에 이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등을 검토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봤을 때 범행의 의도가 명확하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사진=뉴스1

반면 임 전 차장 측에서는 검찰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임 전 차장 측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을 맡았던 황정근 변호사, 대검찰청 공안과장 출신 김창희 변호사 등이 검찰에 맞섰다.
임 전 차장 측은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두고 범죄성립 자체에 법리적으로 의문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사안의 성격상 사법행정권 남용에 해당될 수 있을지언정 구속해야 할 법리상 이유가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아울러 임 전 차장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는 점, 사법 농단 의혹에서 개인의 비리가 없다는 점,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 등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측은 180쪽에 달하는 법리 의견서와 별도의 구술 변론을 통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속 심사는 검찰과 임 전 차장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안이 복잡하고 쟁점이 많은 만큼 심사는 잠깐의 휴정을 거친 뒤 약 6시간 만에 종료됐다.

임 전 차장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 구속 여부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