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3] 엿·찹쌀떡 'NO'… 대학 굿즈가 뜬다 

서울대학교에서 진행 중인 수능시즌상품 기획전. /사진=서울대학교 온라인 기념품몰 캡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에게 주는 선물이 변화하고 있다. 수능 도입 초기에는 대학에 잘 붙으라는 뜻에서 엿이나 찹쌀떡을 주로 선물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문제를 잘 풀고 정답을 잘 찍으라’는 뜻에서 휴지나 장난감 포크, 도끼 등 익살스러운 선물이 등장했다. 하지만 요즘엔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라는 직접적인 응원을 담은 ‘대학 굿즈(Goods‧상품)’ 선물이 인기다. 

굿즈는 연예인이나 콘텐츠, 브랜드를 주제로 한 기획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대중문화계 팬덤에서 쓰던 용어지만 산업 전반에 활용되며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최근에는 대학가에서도 학교의 로고나 교화, 캐릭터 등을 활용한 굿즈 제작에 한창이다. 이는 해당 학교 재학생이나 졸업생뿐 아니라 수험생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수능 선물용 ‘대학 굿즈’ 뭐있나

2019학년도 수능을 일주일 앞둔 지난 8일 서울 신촌의 연세대학교에는 외부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학생회관에 위치한 기념품점. 수험생 자녀나 지인들에게 건넬 선물을 사기 위해서다. 
연대 기념품점은 학교 로고가 박힌 문구류와 의류, 식기류 등 다양한 제품들을 취급한다. 이 중 최근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제품은 ‘연세 초콜릿바’라는 이름의 초콜릿이다. 가격은 개당 3000원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초콜릿보다 비싼 편이지만 수능 선물로 인기 만점이다. 

기념품점에서 만난 연대생 김민주씨(20)는 이날 초콜릿 20개를 구매했다. 그는 “수능을 치는 동생과 재수생 친구에게 줄 것”이라며 “부모님께서도 지인 선물용으로 구매를 부탁하셨다”고 말했다. 

기념품점 관계자는 “현재 재고가 70개밖에 안 남았는데 언제 재입고될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기념품점. /사진=김경은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인근 이화여자대학교의 기념품점도 인파로 붐볐다. 이화여대는 ‘굿즈 여대’라고 불릴 만큼 다양하고 품질 좋은 굿즈들을 보유하고 있다. 기념품점 관계자에 따르면 재학생들은 애완용품·에코백·의류 등을, 수험생들은 학교 배지·볼펜·공책 등을 선호한다. 

수험생 자녀를 둔 박미경씨(50)는 “딸이 이대 진학을 희망한다. 본인이 원하는 대학과 연관된 선물을 하는 게 의미 있을 것”이라며 이대 후드티와 필기구를 구매했다.
대학 굿즈는 온라인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온라인 기념품 몰에서 ‘수능시즌상품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수능세트’다. 서울대 로고가 새겨진 컴퓨터용 사인펜 2개와 3색 볼펜, 샤프, 지우개, 수정테이프, 종이 방향제, 핫팩 2개로 구성됐으며 가격은 9500원이다.


고려대학교는 대학사업단이 운영하는 고대빵에서 ‘수능대박기원’ 제품들을 판매한다. 포장지에 고대 마크와 함께 ‘장원급제’라는 문구가 적힌 찹쌀떡은 1개에 1500원이다. 찹쌀떡 세트는 4구 7000원, 10구 1만5000원, 20구 3만원이다. 마카롱 5구 세트도 8500원에 판매한다. 이 제품들은 매년 수능 2~3주 전부터 매출이 2배 가까이 오른다. 

이화여자대학교 굿즈. /사진=이화여대 생협 홈페이지 캡처

◆대학 굿즈 열풍의 이면

대학 굿즈가 새로운 수능 선물 풍토로 자리잡은 데는 대학가에 번진 굿즈 열풍의 영향이 크다. 1~2년 전부터 일부 여대를 중심으로 대학 굿즈가 쏟아져 나왔다. 기존 대학 기념품이 학교 이름이나 로고를 새기는 수준에 그친 것과 달리 교화나 캐릭터 등 이미지를 활용한 2차 상품이 줄줄이 출시됐다. 그 종류도 학잠‧과잠(학교‧과 점퍼), 배지, 필기구 등에서 다이어리, 에코백, 키링 등으로 다양해졌다. 

대학 기념품이 굿즈로 탈바꿈하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호응도 높아졌다. 학생들은 대학 굿즈 덕에 애교심과 소속감이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숙명여대 재학생 최모씨(22)는 “펜 하나를 사더라도 학교 캐릭터인 ‘눈송이’가 붙은 제품을 찾게 된다”며 “기성제품보다 예뻐서 전부 수집하는 친구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외부에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학 굿즈가 외부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의 수익사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다. 결국 재학생보다는 해당 대학을 지원한 수험생이나 진학을 원하는 중·고교 학생들이 최종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대학은 매년 입시철이면 수험생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한다. 나아가 대형마트와 손을 잡고 판매에 나서기도 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7일 수능 기획전을 열고 ▲서울대학교 약콩·다크 초콜릿 ▲연세대학교 약콩365 두유 ▲고려대학교 찰떡 초콜릿 ▲서울대학교 자일리톨 카카오닙스 등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런 제품들은 '서울대생이 먹는 두유' '고려대생이 먹는 빵' 등 별명이 붙어 팔려나간다. 

서울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기념품 사업의 매출은 수험생, 견학생 등 외부인이 견인한다”면서도 “수능 선물 기획은 평소 판매하는 제품을 재포장한 것이지 따로 제작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