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9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난 안신영 재미컴퍼니 대표는 그가 꿈꾸는 세상을 소개하며 회사 이름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 아마추어 작곡·작사가도 지적재산권(저작권)을 얻어 합당한 수익(저작권료)을 가져갈 수 있는 세상, 그래서 누구나 손쉽게 뮤지션이 될 수 있는 세상이 그가 바라는 미래다. 구체적으론 기존의 음원시장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아예 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잉여’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실현할 방법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안 대표가 이끄는 재미컴퍼니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음원유통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을의 저작권’ 보호하는 재미뮤직
방탄소년단을 주축으로 K팝이 전성시대를 맞았지만 국내 음원유통시장은 K팝 명성에 걸맞지 않게 기형적이다. 한해 오디션을 보는 가수 지망생이 100만명 안팎이지만 오디션 통과 확률은 0.001%이며 이 가운데 데뷔 가능성은 1%에 그치는데, 데뷔에 성공하더라도 가수가 가져가는 음원수익은 전체의 6%대에 불과하다.
작곡가 등 창작자(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저작권료)도 작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스트리밍서비스로 음악을 들을 때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는 음원수익은 전체의 10%다. 이마저도 작사가(4.5%)와 작곡가(4.5%), 편곡가(1.0%)가 나눠 갖는다. 만약 작사가나 작곡가가 여러명이라면 그 안에서도 배분한다. 국내 음원시장에서 저작권자(작사·작곡가)와 실연자(가수)는 ‘티끌 모아 티끌’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기획사는 음원 서비스에 따라 44.0~52.5%, 서비스제공업체는 30~40%를 챙긴다. 이러한 음원수익 배분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전송료 징수규정에 따른 수익분배 구조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실용음악을 전공해 졸업하는 학생들이 한해 5만명이에요. 그런데 취업률은 0%에 가깝죠. 바늘구멍을 뚫어 데뷔해도 100원짜리 음원에서 가져가는 수익은 10원이 채 안됩니다. 이마저도 나누죠. 데뷔하지 못한 친구들은 더 암울합니다. 저작권조차 보호받지 못해서예요.”
안 대표의 문제인식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모든 창작자가 자신의 곡에 대해 저작권을 정당히 부여받는 방안을 고안한 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저작권 음원유통 플랫폼 ‘재미뮤직’이다. 창작자가 재미뮤직에 창작물을 올리는 순간 저작권이 실시간 발효된다. 예컨대 작곡가 A씨가 이 플랫폼에 올린 곡에 작사가 B씨가 노랫말을 붙이고 편곡가 C씨가 편곡했다면 이 과정이 플랫폼의 모든 참여자에게 기록으로 남는다. 작곡, 작사, 편곡이 무한대 반복돼 3분짜리 곡을 만드는 데 Z씨가 단 3초 분량만큼만 참여하더라도 그만의 저작권이 보호되는 것이다. 또 전문가는 물론 아마추어 창작자의 참여도 자유롭고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대폭 개선된다.
안 대표의 이러한 문제인식에 한국음반산업협회도 공감했고 지난 3월 안 대표와 함께 서비스 출시를 위해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손잡았다.
재능 있는 뮤지션을 데뷔시키는 플랫폼(재미스타)은 이미 운영 중이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높은 장벽에 가로막혔던 예비 뮤지션이 자신의 음원을 선보이고 음원 판매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11월21일부터 재미스타를 선발해 매주 새로운 뮤지션을 공개하고 있다.
◆“저작권 생태계 조성돼야 아름다운 세상”
안 대표가 국내 음원시장에 문제인식을 갖고 새 시장을 계획하는 건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다. 그는 세계 최초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던 ‘벅스뮤직’의 창립멤버이자 뮤직프로듀서이기도 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일본으로 유학 가 음악비즈니스를 공부했고 귀국 후 벅스뮤직을 공동 창업했다. 또 김경호의 ‘프로미스 유’(Promise U) 작사·프로듀싱으로 데뷔해 뮤지컬 음악감독까지 지냈다.
“음원 서비스 제공회사를 이끌다 직접 창작자가 돼서야 국내 음원유통시장이 창작자에게 불리한 구조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곡 쓰며 창작활동을 하면서 저작권 생태계가 잘못됐다는 점을 깨닫게 된 셈이죠.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사람은 많지만 국내에선 음악만으로는 도저히 먹고살기가 힘든 거예요.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다 블록체인을 만나게 됐죠. 한번 이 생태계를 바꿔보자고 다짐한 후 2015년에 회사를 설립한 겁니다.”
그는 한때 IT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 제공업체를 이끈 ‘경영진’ 출신이지만 창작자에게 합당한 수익이 배분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추를 맞춰야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사실 지금도 창작자들이 곡을 발표할 공간은 많아요. 유튜브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영상 스트리밍서비스에 대한 수익은 유튜브의 몫이에요. 유튜브가 손쉽게 마케팅이 가능한 공간인 점은 분명하지만 저작권과 그에 따른 수익은 담보해주지 않습니다. 이 역시 정상적인 시장이라고 보진 않아요. ‘잉여세계’에 있는, 즉 알려지지 않은 창작자들도 수수료 떼이지 않고 정당하게 저작권료를 받아갈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합니다. 그래야 창작물도 더 풍성해지고 세상도 아름다워지겠죠.”
그는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청각장애우 분들도 음악을 느낄 수 있다”며 “음악은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 지금은 K팝을 통해 우리나라가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시점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음악을 창작하는 분들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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