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가 14분기 연속 적자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탈출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디딤판이 필요하다. 이를 맡을 해결사로 권봉석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이 MC사업본부장으로 내정됐다. LG전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2019년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장 교체다.
그간 MC사업본부를 이끌던 황정환 부사장은 사업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LG전자는 사업성과가 부진해도 3번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황 부사장은 취임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문책성 경질보다는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개편으로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며 “TV사업의 혁신을 이끌었던 권 사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MC사업본부장을 전례없이 서둘러 교체한 이유를 두고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MC사업본부는 지난 3분기 매출액 2조410억원, 영업손실 1463억원을 기록하면서 14분기 연속 적자에 빠졌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 폭이 점차 줄고 있는 점이다.
◆사상 초유 14분기 연속적자
LG전자는 지난 상반기 LG G7 씽큐(이하 G7)와 하반기 V40 씽큐(이하 V40)를 출시했다. 두제품은 각각 기본적인 성능에 집중했다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히트작과 거리가 먼 실적을 보이며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황 부사장은 G7과 V40을 출시하면서 일관되게 “믿고 쓸 수 있는 LG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호언했으나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다.
반면 권 사장의 HE사업본부는 순항을 계속했다. 지난 3분기 HE사업본부는 영업이익만 3251억원을 기록하면서 LG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43.4%를 차지했다. 업계는 구광모 회장이 처음 단행한 인사에서 권 사장에게 MC사업본부를 맡긴 것을 두고 HE사업본부에서 일궈낸 실적을 MC사업본부에서도 보여달라는 뜻이라고 분석한다.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에서 TV부문의 성공을 이끈 주인공이다. 2012년에는 MC상품기획그룹장 전무로 LG전자의 스마트폰 ‘G시리즈’와 스마트워치 ‘G워치’의 초기 개발에 참여한 이력도 있다. 권 사장이 직접 개발을 주도한 G2의 경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시장에 늦게 참가했음에도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했다.
LG전자의 TV와 스마트폰을 동시에 책임지게 된 권 사장은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마트폰산업의 화두가 5G와 폴더블폰인 만큼 권 사장은 선두 업계와 격차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폴더블폰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유럽에서도 폴더블폰 관련 특허 3건을 등록하는 등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폰, 권봉석 프리미엄 입을까
LG 스마트폰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간단치 않다. 시장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이미지보다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중저가폰의 이미지가 강하다.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가격이 평준화되면서 LG 스마트폰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2.1%에서 11.5%로 반토막났다.
이를 두고 업계는 LG전자의 스마트폰이 현재보다 가격을 낮추거나 확실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야한다고 조언한다. LG전자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지난 7월에는 20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시그니처 에디션’을 300대 한정 출시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권 사장은 TV부문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장본인이다. 지난해 권 사장은 올레드TV를 앞세워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HE사업본부가 거둔 성과는 매출 18조6737억원, 영업이익 1조5667억원이다. 영업이익률만 놓고 봐도 8.4%에 달한다.
사상 최대치다. 이는 권 사장이 HE사업본부를 맡기 전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은 218%, 영업이익률은 5.8% 증가한 수치다. 올레드TV 판매량도 2015년 31만대에 불과했는데 2016년 67만대, 2017년 118만대로 급증했다. 대부분의 수치가 권 사장의 프리미엄 TV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었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때문에 업계는 고급화 전략에 도가 튼 권 사장이 MC사업본부를 이끌게 된 것을 두고 단말기 가격을 낮추는 대신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는 노선을 취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5G와 폴더블폰이라는 폼팩터 변화가 스마트폰산업의 화두인 만큼 LG전자가 이 상황을 반등의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룹 차원에서 프리미엄 전략 능력이 입증된 권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소비자가 원하는 값싸고 저렴한 스마트폰은 폴더블폰 개발비 등의 문제로 당분간 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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