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중병에 걸린 사람이 공기 좋은 시골에 가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연식을 먹으며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가 종종 TV에 소개된다. 서울에 살면서 몸이 허약해 병치레를 자주 하던 지인도 외국에 나가 환경 좋은 소도시에 살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이런 걸 보면 미세먼지 많고 공기가 오염된 대도시보다 인구가 적은 청정지역에 사는 게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득수준 높아야 평균수명 길다

그러나 특정 사례와 무관하게 지역별 건강 및 수명에 관한 자료 데이터는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한국인 건강에 관한 2010~2015년의 광범위한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3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곳은 수도권인 서울시(83.3세)와 경기도(82.3세), 가장 낮은 곳은 전라남도(80.7세)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서울(80.2세)과 가장 낮은 전라남도(76.5세)가 3.7년이나 차이난다.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불평등 정도는 모든 지역에서 소득 상위 20%(5분위)의 기대수명이 하위 20%(1분위)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7.6년), 전남(7.6년), 제주(7.5년)가 소득 5분위 간 기대수명 격차가 가장 컸으며 울산은 4.3년으로 가장 작았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낮은 지역보다는 높은 지역에서 평균 수명이 길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소득 간 수명의 불평등이 적은 경향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전국 252개 시·군·구별로 세분화시켜 살펴보면 더욱 뚜렷하다.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지역은 과천시(86.3세), 용인수지구(85.0세), 강남구(84.8세), 서초구(84.6세), 분당구(84.6세) 순이다. 가장 낮은 지역은 강원도 영양군(78.9세), 전남 해남군(78.9세), 강원 태백시(78.9세), 경북 군위군(78.9세), 충북 단양군(79.0세) 순서로 나타났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소득수준이 높고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많은 경우에 기대수명이 높은 것이다. 반대로 인구밀도가 낮아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으로 평가되는 지역은 기대수명이 낮았다.

과천시와 영양군의 기대수명 차이는 7.4세에 달한다. 소득 간 기대수명 격차도 수도권 자치구들보다 강원, 전남, 충북에서 큰 경향을 보였다. 가구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기대수명 격차가 가장 큰 지역과 작은 지역은 강원 철원군(11.4년)과 울산 북구(2.6년)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평균 수명이 길고 소득 간 수명의 불평등이 적은 경향은 전세계 국가 간 비교에서도 관측된다. 건강 및 수명에서도 평등한 사회로 가기 위해선 전체의 평균 소득이 높아지는 게 개인 소득 간 평준화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체 평균소득이 높을 때 경제활동 기반을 형성하는 기초시설뿐 아니라 학교·병원·공원 같은 사회복지 및 생활환경시설을 비롯해 우수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의 혜택은 모두에게 직접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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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남 건강수명 격차 ‘5.4년’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 따라서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간인 건강수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수명은 지역에 따라 크게 벌어진다. 가장 긴 서울(69.7세)과 가장 짧은 경상남도(64.3세)의 격차가 5.4년이다. 시·군·구별 차이는 더 벌어진다. 상위는 분당구(74.8세), 서초구(74.3세), 용인수지구(73.2세), 용산구(72.7세)이며 하위는 강원 태백시(61.7세), 전남 신안군(61.4세), 경남 남해군(61.3세), 전북 고창군(61.2세), 경남 하동군(61.1세)이다. 건강수명이 가장 긴 분당과 가장 짧은 하동군의 차이는 13.7년이나 된다.

건강수명의 소득 5분위 간 차이도 전남(13.1년)과 강원(12.8년)에서 크게 나며 인천(9.6년)과 울산(10.3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살아있지만 거동이 힘들거나 병에 시달리는 기간은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기간으로 전북(16.8년)이 가장 길고 서울(13.6년)이 가장 짧다. 시·군·구별로는 태백시의 경우 사망 전까지 평균 17.2년 동안 건강치 못한 삶을 이어가는 반면 분당은 9.8년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은 심신건강에 도달하는 최종 결과인데 그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을 분석하려면 질병이환 및 사고, 건강행태, 정신건강, 예방접종 및 검진, 의료이용 등 여러 영역을 종합해 살펴봐야 한다.

서울대 경제학부 연구팀(홍석철·윤양근·유지수)은 건강보험공단, 통계청, 질병관리본부, 삶의 질 학회 등이 각각 집계하는 국민건강지표들을 통합한 ‘국민건강지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10개 영역, 29개 지표(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유병률, 음주·흡연 등)에 대해 분석했으며 각 건강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한 후 합산해 지수를 만들었다.

국민건강지수(2016년 기준) 분석 결과는 한국건강학회 학술대회(2018년 11월29일)에서 발표됐다. ‘국민건강지수로 살펴본 지역별 건강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0.581)의 국민건강지수가 가장 높았으며 세종(0.567), 대전(0.561), 대구(0.558) 순서였다. 가장 낮은 지역은 제주(0.514)와 강원도(0.516)였다.

울산과 강원도를 비교하면 질병이환, 의료이용, 식생활 및 비만 영역에서 차이가 크다. 강원은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율 등 만성질환 관련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개인의 건강관리가 소홀함을 드러냈다. 또한 사회 인프라인 의료기관 접근성과 이용률이 낮아 보건의료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열악함을 보여준다. 시·군·구별로 국민건강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강원 평창군(0.459), 충북 괴산군(0.463), 경기 동두천시(0.469)였다.

◆식습관·운동 등에 따라 큰 차이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지표를 살펴보면(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18년 동향보고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고혈압 유병률(30세 이상)이 소득상층(28.7%)보다 소득하층(31.6%)에서 2.9%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당뇨병 유병률도 소득상층(9.7%)과 소득하층(13.7%)이 4.0%포인트 차이를 보였으며 동지역(10.7%)보다 읍면지역(14.8%)이 더 높았다. 이로써 시골에 사는 사람이 당뇨병을 지병으로 더 많이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만율은 성인여자의 경우 소득상층(20.5%)에 비해 소득하층(31.6%)이 무려 11.1%포인트나 더 높았다. 다만 성인남자 비만율은 소득상층(44.1%)보다 소득하층(42.0%)이 다소 낮았다. 지역별로는 성인남자 비만율이 동지역(25.1%)보다 읍면지역(34.0%)이 8.9%포인트 더 높고 성인여자 비만율이 동지역(40.9%)보다 읍면지역(50.3%)이 9.4%포인트 더 높아 도시에 비해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남녀 모두 비만한 경우가 더 많다.

이처럼 현대병으로 알려진 당뇨병 및 고혈압 유병률과 비만율이 도시보다 시골에서 오히려 더 높고 소득이 낮을수록 상승하는 경향은 생활습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성인남자 흡연율이 동지역(39.8%)보다 읍면지역(47.2%)이 7.4%포인트 높으며 고위험음주율(1회 평균 남자 7잔, 여자 5잔 이상, 음주 회수 주 2회 이상)에서는 성인남자 경우 동지역(19.9%)보다 읍면지역(29.3%)이 9.4%포인트나 더 높았다.

다만 음주율이 절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경우는 동지역(6.6%)보다 읍면지역(4.6%)이 낮았다.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생활습관으로 지방·나트륨·과일채소·영양표시 지표 중 2개 이상 만족하는 건강식생활 실천율이 동지역(43.4%)과 읍면지역(42.7%)은 비슷하나 소득상층(48.2%)과 소득하층(40.8%) 격차는 컸다.

건강생활 태도에 해당하는 ‘걷기’ 실천율도 대도시가 높고 시골이 낮았다. 일주일에 하루 30분 이상 걷기를 5일 이상 실천한 비율은 서울(55.8%)이 가장 높았고 경남(31.1%)이 가장 낮았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버스가 더디게 다닐 수밖에 없다. 시골에서도 요즘은 거의 다 차를 갖고 있어 대중교통이 불편하면 으레 차를 이용한다. 이런 상황만을 본다면 고밀도 도시화를 통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이용의 활성화가 평소 사람들이 걷도록 유도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지역낙후성 영역과 보건의료 취약성 영역으로 구성된 지역보건취약지수가 전남, 경북, 전북, 경남, 강원 등 순으로 높았다. 230개 시·군·구의 지역보건취약지수 상위 25%지역(57개 지역)에는 전남 15개, 경북 12개, 경남 9개, 전북 8개가 포함됐으며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에서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과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체의 복지서비스와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개인은 술, 담배, 식사, 운동 등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여러 데이터가 보여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1호(2019년 2월26일~3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