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여성가족부 창관이 1월1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019년 여성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양성평등을 위한 모니터링 보고서와 방송프로그램 제작안내서를 발표한 후 여성가족부(여가부)가 강한 후폭풍에 휩싸였다. 정확히는 여가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낸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웹툰편’과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부록을 포함한 개정판)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각에서는 여성 위주의 성평등 모니터링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거센 비난여론에 부딪혔다. 결국 여가부는 논란이 된 기준을 수정하고 양평원의 경우 모니터링 개선방안을 재고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역차별 부른 성평등보고서
여가부의 해명으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남성 중심의 성차별 문화를 개선하자는 주장과 여성에게만 국한된 편향적 시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팽팽히 맞섰다.
웹툰 모니터링 보고서는 이런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이번 모니터링은 네이버·다음웹툰에서 연재하는 작품 36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최근 연재분 20회 분량을 분석해 성차별적 요소를 지적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웹툰 여신강림 장면. /사진=네이버웹툰 캡쳐
보고서에서는 성평등적 내용과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사례가 등장한다. 성평등적 내용은 크게 세가지 사례만 짚은 반면 성차별적 요소의 경우 13개의 장면을 들어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양평원은 성차별적 요소가 45건으로 성평등적 내용(9건)보다 5배가량 많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여성에 대한 내용만 담고 있어 양성평등이라는 대전제에 부합하지 않는다.이해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다. 네이버웹툰 ‘여신강림’에서 주인공 임주경이 짝사랑하는 남자의 메시지 반응에 전전긍긍하고 그가 좋아할 만한 승무원 복장으로 꾸민다는 점에서 주체적이지 못한 여성을 그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이성의 메시지를 기다리거나 잘보이기 위해 상대의 이상형으로 가꾸는 행동은 남녀를 떠나 누구나 겪는 일상적인 일이다.
다음웹툰 ‘퀴퀴한 일기’에서 나온 성평등적 내용도 마찬가지다. 비혼 여성이 자신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유부녀 친구에게 “현재 상태가 좋다”고 언급한 부분을 대안적 가족형태를 제시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성에게 결혼이 필수가 아니고 비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는데 이는 남성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다.
양평원 측은 여성 중심적 기준이란 지적에 대해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채수정 양평원 학교교육부 담당자는 “특정 성에 맞춰 모니터링하거나 걸러 내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이번 모니터링의 목적은 성 고정관념이나 혐오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많았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시대나 콘텐츠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올해부터 기존 지표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내용도 참고해 보고서 형태나 내용에 대한 질적 제고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포털웹툰플랫폼은 해당 지적사항에 강제성이 없는 만큼 이후 동향을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선정·폭력성이 심한 부분을 제외할 경우 독자의 불만족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양평원 측에서 특정 콘텐츠에 대한 권고나 지적을 받은 적은 없지만 신중히 검토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가부 소통 접근법 변해야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50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에서 여가부는 “대부분의 아이돌그룹이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서 논란이 된 조항. /사진=여성가족부
해당 조항이 삽입된 안내서가 발표된 후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고 방송업계에서도 제작 및 편성에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여가부 측은 “방송제작을 규제할 의도가 없었고 강제성도 갖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이 커지자 “오해를 일으킨 인용사례를 삭제·수정해 본래 취지를 전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전문가들은 여가부의 소통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여가부나 산하기관에서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나 모니터링 보고서를 낼 만큼 콘텐츠 환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보고서나 제작 안내서를 발표하기 전에 소비자나 전문가 집단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유연하고 완화된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가부가 가이드라인이라고 발표하는 순간 기존 방송제작자들은 잘못된 관행을 실행한 셈이 되며 성평등 모니터링의 경우도 남성에 대한 젠더감수성 소통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며 “긍정적 프로그램의 예시 등 충분한 부연설명이 필요한 상황에서 반대로 젊은 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모나 젠더 이슈를 건드림으로써 미숙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보였다”고 말했다.
진정한 성평등을 위해 남녀간 이분법적 사고도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박 교수는 “일례로 아이돌의 성상품화는 현재 남녀 구분이 없는 만큼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며 “성 구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인간적 성 권리에 대한 접근이 선행돼야 불필요한 오해나 대결구도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2호(2019년 3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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