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유림기자

"말로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16일 낮 12시1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은 저마다 5년전 사고 당시의 기억을 안고 방문한 인파들로 채워졌다. 해결된 것 없이 무심하게 흘러간 5년 앞에서 눈에 띄게 줄어든 인파에 기자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현장에 들어섰다.
지난 4년8개월간 자리해온 세월호 천막이 철거된 후 조성된 새 추모공간 한켠에는 시민 한명이 개관 전부터 놓고 갔다는 프리지아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사진=정소영 기자

시민들은 추모공간 벽면에 마련된 해맑게 웃고있는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사진에서 약속한 듯 발걸음을 멈춰섰다. 아무말 없이 한참 동안 서있던 시민들은 다른쪽 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나서 오열하고 말았다.

"톡 건드리며 너랑 얘기하고 싶다. 예쁜 추억 많아서 아프고 잘해준 게 없는 것 같아 또 아프다. 엄마라도 마치 너를 다 알지 못했는데 모든 것이 그립고 그립다".
벽면에 담긴 단원고 희생 학생 부모의 시에서는 강한 자책감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아이들은 왜 멀리 떠나야 했던 걸까.

벽면에 설치된 TV에는 희생자들의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 영상이 상영됐다. 이날 추모공간 밖에선 릴레이콘서트가 이어진 가운데 아이들의 영정사진이 분향소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시민들은 흘러들어온 아련한 노래에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사진=김유림 기자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유독 학생들과 함께 방문한 부모와 교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딸과 함께 방문했다는 중년의 A씨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딸과 함께 (이곳에) 왔다. 학생들 사진이 있을 때는 못 와봤다. 전에 미리 찾아오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하고싶은 말이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말로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말끝을 흐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의 딸 B양(16)은 "세월호 사고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며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그런데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영상을 보여주면서 사건에 대해 알게됐다"고 전했다. 또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면 안되잖아요. TV에서 봤을 때는 큰일인지 잘 몰랐는데 추모하는 분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양주에서 현장체험학습의 일환으로 추모현장을 방문한 학교도 있었다. 남양주 호평초등학교 교사 C씨는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제작되고 추모공간도 새로 만들어졌지만 유가족 마음은 여전히 아플 것이다.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마음으로 방문했다"고 밝혔다.

/사진=정소영 기자

추모공간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기억과 다짐의 릴레이콘서트'가 진행돼 그룹 '어쩌다 떠난 여행'이 추모공연을 펼쳐 뜻밖의 함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관계자들과 경찰의 제지에도 추모현장에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를 외치는 이들이 난입하자 이를 함성소리로 대응한 것이다.    

그룹 '어쩌다 떠난 여행'은 공연 중 시위대의 구호가 난무하자 "아이들이 저 소리 안듣게 함성 한번 질러볼까요"라고 외쳤다. 이에 광화문광장에는 "와~"하는 우렁찬 함성소리가 울려퍼졌다.  

"살아있는 사람도 아니고 소원 하나 들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세월호 유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의 대사처럼 아이들을 편하게 보내주고 싶은 부모의 '소원'이 참사 5주기를 맞은 2019년에는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