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1일 첫 재판이 열린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출석한 이선두 의령군수. /사진=임승제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선두 의령군수 측이 법정증언을 번복해 달라는 조건으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회유한 사실이 폭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김진석) 법정에서 이선두(62·자유한국당) 의령군수 항소심 심리가 진행됐다.
이날 재판은 이선두 군수로부터 금품을 받아 식비 등을 대신 결제했다며 시민단체에 양심 선언한 A씨가 직접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선두 군수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증인이 법정에 출석한 것이다.
피고 이선두 군수측 변호인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날 증인 심문은 검찰조서를 토대로 이 군수측이 증거의 신빙성을 재차 확인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지난 1월 11일 첫 재판이 열린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출석한 이선두 의령군수가 재판 후 지지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승제 기자.
◆증인 A씨 "녹취 우려해 사우나서 알몸으로 만나"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A씨에 따르면 이 군수측이 만나자는 제안을 해와 이 군수의 부탁을 받은 측근 등과 세 차례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
이 군수측이 법정증언을 번복해달라는 조건으로 구체적인 대가를 제시하면서 만남을 종용해 이뤄졌다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녹취를 우려한 나머지 대중사우나에서 알몸으로 만나는 등 이른바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은밀한 만남을 갖은 것이 폭로되면서 충격을 줬다.
또한 이 군수의 한 측근은 법정 심문에 대한 답변이 구체적으로 구술된 A4용지를 내놓으며 증언을 번복해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A씨는 지방선거로 인해 빚어진 피해 및 피폐해진 지역 실상과 선거후유증에 대해서도 실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 지방선거에 줄서기를 해야 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실상을 토로했다. 또 지방선거 줄서기 결과에 따라 지자체가 발주하는 수의계약의 향배가 결정된다면서 잘못된 관행과 병폐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항소심 심리를 취재한 결과, A씨는 2심 공판에서도 1심 공판 때와 같이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날 A씨는 변호인의 심문에 이 군수로부터 두 차례 현금으로 30만원씩 받아 의령 지역 유권자들에게 식사와 유흥을 제공했고 지인 결혼 축의금 5만원도 대신 전달했다고 했다.
또 2017년 3월께 의령 소재 한 횟집에서 중·고등학교 동창 8명을 이 군수에게 소개시켰고 이 자리에서 이 군수는 ‘사천 부시장으로 있다가 의령군수에 나설 예정이다. 잘 부탁한다’고 발언했다고도 했다.
이어 이 군수가 따로 횟집 바깥으로 불러 5만원권 6장 총 30만원의 현금이 든 봉투를 주면서 ‘계산을 대신 좀 해라’고 종용했고 A씨는 여기에 자신의 돈 4만원을 합쳐 식비 34만원을 계산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또 지난 4월경 지역 모 갈비집에서 여성 3명, 남성 1명이 동석한 모임이 있었고 이 자리는 노래주점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서도 A씨는 “갈비집 식사비 19만6000원과 노래주점 비용 20만원을 합쳐 총 39만원이 나왔는데 이 군수로부터 30만원만 돌려받았고 나머지 9만원은 못 받았다”면서 “갈비집 영수증과 업소 매출 장부를 사진으로 찍어 증거로 제출했다”고 했다.
특히 횟집에서는 ‘사천 부시장으로 있다가 의령군수에 출마하게 됐다’는 발언 외에도 “갈비집에서는 ‘전 군수와 다르게 군정을 이끌겠다’고 말했고 노래주점에서도 ‘많이 도와달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면서 “이 군수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 군수측과 A씨가 공방·설전을 펼치면서 쌍방간에 언쟁이 발생했지만 재판장이 제지하면서 큰 소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군수측 "A씨 진술에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이 군수측은 A씨와 다른 증인들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며 A씨 진술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군수측은 1심 재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노래주점 업주, 동석자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선두 군수가 직접 금품을 제공하지 않았고 지지 발언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래주점 결제 금액이 20만원인지 25만원인지 명확하지 않고, 처음 신고 금액도 28만원에서 19만6000원(식대)으로 바뀌는 등 A씨의 진술이 오락가락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군수측은 피고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에 대해서 심문을 이어갔다. 특히 녹취파일이 생성된 시간대를 거론하면서 A씨가 편집을 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군수측은 검찰이 아닌 국과수의 ‘디지털포렌식’ 검사를 제시했으며 재판부가 이를 받아 들였다.
이날 재판과정을 전해들은 법조계 인사는 “증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이 군수가 금품제공 혐의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무죄를 강력히 주장하는 가운데 관련 핵심증인을 만났다는 것은 상시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중대한 실수이며 범죄은폐를 시도한 또 하나의 범죄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의 폭로와 관련해 이선두 군수의 답변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이 군수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군수의 다음 공판은 오는 9월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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