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진=이미지투데이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인 듯합니다. 경제 현안에 대한 논의는 실종 상태인데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되면 기업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국민 살림살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걱정입니다.”
지난 9월18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터져 나온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한탄이다.
고착화된 저성장 기조,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장기화 등으로 기업경영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쟁에만 얽매인 채 경제현안 처리는 뒷전인 여야를 향한 일침이자 절규였다.
이 같은 발언은 10월 초 국회에서 회자되면서 “기업인의 쓴소리가 외면되고 있다”는 반성과 성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여야의 정쟁은 오히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영싸움으로 격화됐고 기업들의 절규는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유실되는 모양새다.
현재 4차 산업혁명 대응에 필요한 대표적 규제개혁 법안인 데이터 3법,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기업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주요 법안은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공회전 중이다.
당장 두달 후면 50∼299인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가 확대 시행되지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 논의는 첫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논의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해당 현안들은 이미 지난해에서 올 초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패스트트랙 공방에서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격 논란에 이르기까지 정쟁을 벌이느라 경제현안 처리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은 당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위법을 마다않고 국회를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만드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여러번 연출했다. 위법을 범한 기업과 기업인들을 준엄하게 꾸짖던 국회의 민낯이다.
지난 10월22일 막을 내린 국감도 ‘조국 블랙홀’에 빠져 민생과 경제현안 논의는 실종됐다. 100여명이 넘는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경제현안을 점검하기보단 ‘기승전 조국’ 공방을 되풀이했다.
조 전 장관과 별다른 연관이 없는 기획재정위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도 마찬가지다. 이번 국감이 역대 최악의 맹탕국감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각 기업들은 극일의지를 불태워가며 주요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진입을 앞두고 격변하는 글로벌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전략 마련에도 한창인데 복잡한 인허가 등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넘으려면 정치권의 도움이 절실하다.
경제위기에 네탓공방을 하기보다 기업이 제대로 된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경제법안 통과에 힘을 모으고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젠 불필요한 논쟁은 걷어치우고 민생과 국민 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박용만 회장의 말처럼 언제까지 경제를 버려지고 잊힌 자식 신세로 놔둘 셈인가.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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