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지방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검·경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인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와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지휘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인지 검찰이 불순한 의도로 무리한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인 지 따져봐야 한다"며 "울산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선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김 전 시장 측을 사찰하기 위해 울산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특감반이 고래고기 사건을 두고 검·경이 서로 다투는 상황을 조율하고자 울산에 간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앞서 울산 중부경찰서는 2016년 4월 국제 보호종인 밍크고래 40마리(시가 40억원어치)를 불법 포획해 북구 호계동 A냉동창고에 보관한 뒤 시중에 유통해 온 판매 총책 조모씨(53)등 4명을 구속하고 식당 업주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불법 포경 일당은 해경의 단속 강화로 동해안 일대에서 고래 포획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서 잡은 밍크고래를 울산의 냉동창고에 보관한 뒤 울산과 부산 등지의 고래 전문 식당에 공급해 왔다는 것이 경찰의 수사사 결과다.

경찰은 해당 고래고기 27톤을 모두 압수했다.


해당 사건은 단순 불법포경 사건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검찰이 범죄 연관성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불법포획의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톤 중 21톤을 당시 고래고기 유통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수사를 담당한 경찰이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돌려주면 안 된다고 강력 반발했지만 검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결국 21톤이 업자들의 손에 다시 넘어가 시중에 유통됐다.

2011년부터 혼획된 고래의 DNA를 수집·보관해오고 있는 고래연구소는 DNA 시료가 보관중인 것과 일치하면 혼획한 것으로 보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법으로 유통된 것으로 본다. 2016년 12월 고래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7개 시료 중 DNA 추출이 불가능한 지방조직을 제외하고 70%가 넘는 34개 시료가 불법유통된 밍크고래로 추정됐다.


고래연구소의 분석 결과가 나온 뒤에도 한 동안 잠잠하던 이 사건은 다음해 8월 황운하 청장이 울산청으로 부임하면서 다시 도마위로 떠올랐다.

황 청장 부임 한 달만인 9월 해양환경단체 등에서 고래고기를 돌려주라고 지시한 울산지검 담당검사를 형법 제123조(직권남용)과 형법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반 등의 혐으로 경찰에 고발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황 청장의 지시로 사건 재조사에 나선 경찰은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유통업자 A씨 등 핵심 피의자를 구속하고 고래고기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검찰측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와 부적절한 자금 흐름 등을 집중 조사했다.

특히 당시 피의자들이 선임한 변호사가 울산지검 검사 출신이라는 데 대해 해당 변호사의 역할과 담당 검사의 환부 결정 경위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경찰의 조사에 불응하며 그해 12월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떠났으며, 전관예우 의혹을 받고 있는 변호사의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검찰에서 기각되면서 수사가 흐지부지됐다.

검찰은 "당시 고래연구센터가 'DNA 분석 결과 회신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며 "범죄 증거물로 확신할 수 없는 대량의 사유물을 장기간 압수 상태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형사소송법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담당 검사의 해외연수도 법무부장관의 파견명령에 의한 것으로 1년전부터 예정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 청장은 "고래고기 환부사건 핵심은 고래고기를 업자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검사측 직무유기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검찰이 비협조적으로 나와 해당 검사에 대한 조사가 어려웠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