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사진=뉴시스
[주말리뷰] ‘182억원’의 나랏돈이 투입된 국산화 사업.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일본 아베정권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응해 만든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를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1차로 발표된 강소기업 55개사 중 일본기업이 단일 최대주주인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일본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는 업체도 포함돼서인데요.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도를 키우기 위해 거액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인 만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기부는 지난 9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 일환인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에 1차 선정명단을 발표했는데요. 이 기업들은 R&D, 벤처투자, 사업화 자금, 연구인력, 수출, 마케팅 등 5년간 최대 182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됩니다. 지원이 큰 만큼 경쟁률도 엄청났는데요. 1차로 선정된 강소기업 신청에는 모두 1064개 기업이 지원했고 이 중 300개 기업이 1차 서면평가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최종 55개사가 선정됐는데요.


문제는 이들 기업 중에 일본기업 합작사와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회사 등이 포함됐다는 겁니다. 한국도키멕과 아이티켐이 그 주인공인데요.

기계·금속부문에서 선정된 유·공압기기 전문 제조업체 ‘한국도키멕’은 1998년 일본 ‘Tokyo Keiki’(도쿄계기)로부터 투자를 받아 설립된 한·일 합작회사입니다. 조홍래 현 이노비즈협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곳이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도키멕의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도쿄계기입니다. 도쿄계기는 한국도키멕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국도키멕 지분 28.57%를 보유 중입니다. 이어 조홍래 대표 지분 14.29%와 조 대표 부인인 윤경화씨 지분 15.50%, 조 대표 아들인 조현우씨 지분 0.86%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이 30.65%, 기타 주주 23.64%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도쿄계기가 한국도키멕과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감사보고서에서도 드러나는데요. 한국도키멕 감사보고서에는 도쿄계기가 한국도키멕의 특수관계자로 되어있습니다. 특히 한국도키멕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로 기재됐는데요. 한국도키멕이 일본 도쿄계기의 지배력을 강하게 받는 회사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인지 한국도키멕의 도쿄계기와의 거래 내역을 보면 매출에 비해 매입액이 월등히 높습니다. 2017년 한국도키멕이 도쿄계기로부터 올린 매출은 6억4697만원인 반면, 매입액은 42억1287만원으로 7배 많았습니다. 지난해 역시 매출은 8억498만원에 불과했으나 매입액은 40억8846만원으로 5배 많았죠. 액수는 크지 않지만 도쿄계기는 한국도키멕으로부터 지난 2년간 2600여만원의 배당금도 챙겼습니다.

전기·전자 부문의 아이티켐은 어떨까요. 이 기업은 일본 광학기기 제조사 코니카미놀타의 코니카미놀타케미컬로부터 추자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아이티켐 우선주 9만2001주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회사의 지분율은 30.87%에 달합니다. 
아이티켐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2014년 12월 코니카미놀타케미컬과 업무제휴를 맺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코니카미놀타가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행사 능력은 없지만 일본 무역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회사가 선정된 것은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기부도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심사 당시 한국도키멕과 아이티캠에게 일본 지분에 대한 소명 자료를 추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두 회사가 일본기업 지분이 있긴 하지만 일본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지배력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게 중기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두 회사 역시 일본 지분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도 밝혔는데요. 

업계 내부에선 중기부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번에 선정된 55개 강소기업 중 이노비즈협회 소속 업체가 93%인 51개나 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즉 이노비즈기업을 회원으로 하는 경제단체로 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회원사만 1만8000여개에 달합니다.

한국도키멕 대표인 조홍래 이노비즈협회장은 지난 2월 제9대 회장으로 취임했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 대응해 만든 정책 지원에 한·일합작회사가 포함된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중기부 국회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산자위) 의원들은 이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있을까요? 여당과 야당 간사와 통화해 본 결과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을 대응해 만든 정책인 만큼 두 기업의 자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물론 일본 지분이 있다고 해서 과연 그 기업을 일본 기업으로 봐야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에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투자를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무역보복을 대응해 거액의 나랏돈이 투입되는 정부 사업에 한 기업이 지원금을 받고, 그 이익이 일본 기업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면 논란의 여지는 분명한 것 아닐까요.

내년에 추가로 선정될 45개 기업은 과연 어떤 기업들이 선정될까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