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사진=뉴스1
경희대 의과대학 1학년 남학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채팅방에는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남학생 8명이 속해 있었는데요. 이 중 3명이 동기나 선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사실은 지난 9월 채팅방에 있던 다른 학생이 의대 내 학생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이하 대응위)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는데요. 사건 조사에 나선 대응위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하고 공개 사과문 작성, 동아리 회원 자격정지, 학사운영위원회 및 교학간담회에 해당 안건 상정 등을 포함한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이들이 의사를 꿈꾸는 의대생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거센데요. 예비 의사들의 성희롱 채팅에는 어떤 법적 책임이 따를까요?
◆모욕죄 인정돼도 의사 자격은 제한 안돼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올해에만 청주교대와 서울교대, 충북대 등에서 단톡방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서울교대의 경우 현직 교사까지 가담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서울교대는 관련 졸업생 명단을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했는데요. 서울시교육청은 특정감사를 통해 지난 9월 현직교사 4명과 임용대기자 7명에게 징계를 내린 바 있습니다.
이같은 단톡방 성희롱은 징계와 별개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한 채팅방에서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발언을 한 경우 모욕죄 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요.
공개된 대화내용처럼 ‘내 취향이 아니다’ ‘저런 각선미 없다’ 등의 추상적 표현에는 모욕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법상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요. 다만 모욕죄는 친고죄로, 피해 학생들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 가해자들이 모욕죄로 처벌된다고 해도 의사가 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의료법 위반 혐의가 아닌 이상 형사처벌을 받아도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는 ▲정신질환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의료법을 위반한 자 등인데요.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얼마든지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
제8조 (결격사유 등)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
1. 정신질환자. 다만,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2. 마약ㆍ대마ㆍ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3. 피성년후견인ㆍ피한정후견인
4.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
◆성범죄자 취업 제한에도 의사 면허는 유지 가능
2011년 고려대 의대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해 출교 조치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모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는데요.
이 중 가장 높은 형량인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A씨는 형기를 마친 뒤 성균관대 의대에 다시 입학했습니다. 고려대가 복학은 물론 재입학까지 불가능한 출교 조치를 내렸지만 다른 학교 입학까지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인데요. 현행법상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 인정되는 사람은 누구나 대학 입학이 가능합니다.
A씨는 현재 의대 본과 4학년으로 알려졌는데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의료법상 결격사유에는 성범죄가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A씨는 내년에 있을 의사국가고시에 문제없이 응시할 수 있고 합격할 경우 의사로 일하게 됩니다.
다만 A씨가 의사 면허를 취득해도 당장 병원에 취업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범죄자는 법원이 명령한 기간 동안 법에서 정하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의료기관 역시 취업제한 기관 중 하나입니다. 법원은 성범죄자에게 최대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취업 제한일 뿐 의사 자격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법원에서 정한 기간만 지나면 얼마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거죠.
반면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은 대부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됩니다. 이에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사면허 결격사유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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