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채널 활성화로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은행 점포는 올해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시중은행은 새해 점포를 통폐합하는 계획을 세우고 복합점포나 이동점포 등 특화점포를 구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5년 새 은행 점포 500개 감소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달 말까지 총 85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KB국민은행이 이달 7일과 20일 각각 1개, 37개 등 38개 점포를 정리하고 KEB하나은행도 이달 18개의 점포를 통폐합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개와 4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4대 시중은행 국내 점포수는 지난 2015년 말 3924개에서 2016년 말 3757개, 2017년 말3575개, 2018년 말 3563개로 계속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점포 수(영업부 제외)는 ▲국민은행 1044개 ▲신한은행 879개 ▲우리은행 873개 ▲KEB하나은행 744개 등 3540개다. 올해 1분기에는 3460여개로 줄어들게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중은행은 비대면 영업 확대에 따른 지점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거점지점을 중심으로 묶어 관리하는 ‘허브앤 스포크’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역별 거점점포를 중심으로 중소형 지점이 하나의 그룹을 형성, 협업과 연계영업을 추진하는 제도다.KB국민은행은 2016년 영업점들을 PG(지역본부) 중심의 지역영업그룹 체계로 개편했다. 개별 영업점이 갖기 어려운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전문역량을 공동영업권 전체의 상호협업을 통해 제공하자는 취지로 현재 138개의 PG를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커뮤니티’ 협업체계를 도입해 현재 143개의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유사한 ‘콜라보그룹’을 현재 94개가량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39개 허브점과 136개 스포크점을 운영한다.
기존 영업점에서 카페나 갤러리, 편의점과 결합한 미니점포 등 은행별 특색을 넣은 특화점포도 확대 운영한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은행과 편의형 마트가 결합된 특화점포인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 3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큰손’ 고객이 몰린 부촌에는 특화점포를 대폭 확대한다. 우리은행은 최소 3억원의 자산을 예치해야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투체어스 프리미엄 잠실센터’를 개점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강남구 신사동에 고액 자산가를 위한 스타PB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은행 점포의 진화는 이제 ‘은행 밖 은행’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차를 타고 가면서 미리 신청한 외화를 찾아갈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환전·현금인출 지점을 연다.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 중 하나다. 우리은행은 우선 공항 근처에 지점을 열고 향후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주유소에 도입할 계획이다.
◆공동점포 대응, 금융문맹 과제
은행의 점포 축소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글로벌 은행도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은행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오프라인 지점을 통합해 전체 점포수를 줄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9년부터 수익성과 고객 접근성이 낮은 지점 1600여곳의 문을 닫았다. 영국은행의 점포수는 2007년 1만1365개에서 2017년 7207개로 대폭 줄었다. 일본 미쓰비시UFJ은행이 오는 2023년까지 점포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고 미쓰이스미토모는 2020년까지 점포 통폐합으로 500억엔의 경비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은행과 해외은행의 점포 축소는 같은 듯 다른 모습이다. 해외은행은 영업점 통폐합에 따른 대체수단을 개설하도록 금융당국이 관련 감독지침을 정비하고 이종업종의 공동지점 운영을 허용한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로이드뱅킹그룹, 바클레이즈 등 영국의 대형은행 3사는 최근 공동 소유 지점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점포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로 기존 점포보다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이들 은행은 영국 6개 지역에 중소기업을 위한 공유 지점인 ‘비즈니스 뱅킹 허브’를 신설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공동점포 설립은 ‘언감생심’이다. 대규모 지점폐쇄를 우려한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서다. 금융당국도 은행 점포 폐쇄 전에 디지털 키오스크나 자동화기기(ATM) 등 대체수단 마련을 조건으로 달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저마다 디지털전환을 외치며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고 있지만 비용절감의 핵심인 지점축소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금융 시대에 점포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금융 거래가 어려운 노인 등 디지털금융 문맹을 위한 대책도 요구된다. 은행권이 ‘손 안의 뱅킹’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면서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노년층이 금융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0대 이상 연령대의 은행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률은 6.3%, 60대는 18.7%에 그친다. 노년층의 금융소외 현상은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두드러진다. 마스터카드 조사에 따르면 35세 이하 국민 가운데 89.4%가 디지털금융 경험을 갖고 있는 반면 55세 이상 비율은 38.4%로 뚝 떨어졌다.
윤희남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은행은 지점을 줄이면서 노년층을 위한 새로운 콘셉트의 점포,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며 “금융권과 당국,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0대 이상 연령대의 은행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률은 6.3%, 60대는 18.7%에 그친다. 노년층의 금융소외 현상은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두드러진다. 마스터카드 조사에 따르면 35세 이하 국민 가운데 89.4%가 디지털금융 경험을 갖고 있는 반면 55세 이상 비율은 38.4%로 뚝 떨어졌다.
윤희남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은행은 지점을 줄이면서 노년층을 위한 새로운 콘셉트의 점포,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며 “금융권과 당국,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6호(2019년 1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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