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법원이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상속인들이 수천억원의 참사 수습 비용을 정부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세월호 책임자에 대한 정부의 구상권이 처음으로 인정된 것이다.
지난 17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같은날 정부가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 및 손해를 배상하라"며 유 전 회장의 4남매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에게 약 557억원, 장녀 섬나씨에게 약 571억원, 차녀 상나씨에게 약 572억원을 지연손해금과 함께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정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지난 2015년 12월 유 전 회장의 자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4년 1개월 만에 선고에 나선 재판부는 "우선 세월호 참사는 다양한 원인제공자에 의해 발생했고, 책임자들이 손해를 공동부담해야한다"고 전제하며 "유 전 회장은 세월호피해지원법에서 규정한 '원인제공자'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지배자였기 때문에 세월호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 전 회장이 사망했으니 상속인에게 책임이 있다. 혁기, 섬나, 상나씨에게 책임이 적법하게 상속됐다고 봤다"고 결론내렸다. 유 전 회장의 부인과 장남 대균씨에 대해서는 "상속포기 신고는 유효하고, 상속포기도 적법했기에 책임이 상속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구상권 청구 규모에 대해서는 정부와 다른 해석을 내렸다. 당초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발생한 4213억원을 기준으로 구상권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3723억원만 인정했다.
유혁기 씨 등은 정부의 구상권을 담은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 유 전 회장이 사망하고 상속이 이뤄졌기에 소송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정부의 구상금 청구권을 인정한 첫 번째 사례다. 앞서 정부는 장남 유대균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정부는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수리·증축 과정에서 세월호 복원성을 저하시켰고 이에 따른 위험을 알면서도 세월호를 계속 운항하도록 해 침몰사고가 발생했다"며 "유씨는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대주주로서 침몰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유대균씨가 청해진해운의 대주주라고 해도 실제 경영에 구체적으로 관여해 업무집행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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