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두고 출판사·작가간 입장차
-재판부, 1·2심 원고 패소 판결… 대법원 상고 제출

저작권 분쟁은 비단 어제 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2차 창작물에 대한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기업과 개인 간 저작권에 대한 권리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동화 ‘구름빵’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도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가 대법원 상고를 결정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구름빵 애니메이션 삽화(왼쪽)와 구름빵 영어뮤지컬. /사진=강원정보문화진흥원, 문화아이콘
백 작가는 동화 구름빵이 40만권 이상 판매됐고 뮤지컬·애니메이션 등 2차 창작물로 제작되며 높은 수익을 올렸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한솔교육, 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 디피에스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이에 불복한 백 작가는 지난달 12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4400억원 매출의 진실

2004년 한솔교육에서 출간된 동화 구름빵은 8개국에 수출되며 40만권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고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를 통해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물이 제작됐다. 업계에 알려진 추정매출만 44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백 작가는 한솔교육 측에서 받은 돈은 850만원에 불과하며 이후에 받은 지원금을 합해도 2000만원이 되지 않았다고 폭로해 논란이 됐다. 여기서 눈 여겨봐야 할 점은 구름빵의 추정수익과 양측의 계약관계다. 관련 저작물의 추정수익에 대비해 원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야 할 보상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실제 확인결과 구름빵 추정매출 4400억원은 사실이 아니다. 2014년 4월 문화융성을 위한 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불법 복제시장 규모가 4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관련 부처들은 불법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저작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라”며 구름빵의 사례를 들었다.

이후 일부 언론이 4400억원을 구름빵 수익으로 잘못 인용하면서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몰아갔다. 한솔교육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4400억원은 구름빵 매출이 아니다”며 “책은 40만부가량 판매됐고 이를 더한 실매출은 2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매절계약? 알고 보면…

백 작가와 출판사의 계약 부분을 살펴보기 전 구름빵 출간 배경부터 이해해야 한다. 한솔교육은 2004년 백 작가가 동화 구름빵을 출간했고 한솔수북은 2013년 한솔교육의 출판사업 부문이 분할된 회사다. 1심 당시 백 작가가 한솔교육과 한솔수북을 소송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름빵은 유료회원제 ‘북스북스’에 포함된 소프트커버 도서에 포함된 책이었다. 단행본도 나오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도서를 만드는 작업과 마케팅은 한솔교육에서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교육 편집팀에서 구름빵 원화의 가치를 알아보고 당시 신인이던 백 작가와 단행본 출간을 논의한 계약을 제의하면서 기업과 창작자 간 계약이 진행됐다. 이때부터 원화 전시와 해외 시상식 출품 등 다양한 마케팅이 진행됐고 구름빵이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됐다. 뮤지컬로 제작된 구름빵은 시즌2까지 제작될 만큼 큰 인기를 얻었고 애니메이션도 TV만화로 편성돼 2016년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백 작가는 구름빵을 통해 높은 수익이 발생했음에도 계약조항을 근거로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만큼 관련 계약을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한솔교육을 포함한 출판사 측은 ‘저작권에 대한 일정 금액을 원작자에게 지급한 후 저작물 이용권한을 모두 갖는’ 매절계약이 아닌 저작물 용역계약이라는 입장이다. 백 작가가 별도의 2차 저작물 권리까지 주장하는 것은 자사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백 작가는 “계약 당시 북스북스라는 회원제에 들어갈 그림책 단 한권에 대해 사인했다”며 “하지만 출판사는 100권도 넘는 그림책에 애니메이션에 뮤지컬에, 100개도 넘는 굿즈를 포함해 더 많은 것에 대해 사인을 한 것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솔교육 관계자는 “2015년에 백 작가에게 저작권을 양도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지만 2차 저작물 등 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이상의 것을 요구했다”며 “한솔교육은 백 작가에 대한 지원과 마케팅을 지원했고 인센티브도 지급했는데 이제 와서 계약을 전면 무효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서 판결날까

법원은 양측의 팽팽한 주장을 심리한 끝에 출판사의 손을 들었다. 한솔교육에 권리를 양도하도록 한 계약서 조항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이 조항을 체결한 2003년 당시 백씨가 신인이었음을 고려하면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백씨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 볼 수 없으므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따른 무효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백 작가는 도서와 별개로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도 주장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림책의 경우 어문·미술·캐릭터저작물이 결합한 것”이라며 “앞선 계약서 조항에 따르면 출판사는 이들을 포함한 저작물 일체를 양도·양수하기로 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백 작가는 대법원 상고를 통해 권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국은 사적자치의 원칙을 존중하기 때문에 당사자 간 계약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백 작가가 대법원 상고장을 제출한 만큼 저작권과 2차저작물로 인한 시시비비를 따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19년 3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