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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대항엔 면역력 강화가 가장 중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서 ‘로빈슨 크루소’가 고립된 채 28년간 살아갔 듯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숲 속에서 고립된 채 42년간 살아간 사람들 이야기가 있다. ‘로빈슨 크루소’는 소설이지만 후자는 실화다.

시베리아 침엽수림이 끝없이 펼쳐진 지역에서 마을로부터 250km 떨어진 해발 2000m 고산지대에서 1978년 사람의 흔적이 발견됐다. 추운 겨울이 8개월 동안이나 지속되고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 곳이다. 오지를 연구하면서 헬기로 답사하던 소련의 지질학자 갈리나 피스멘스카야 박사가 나뭇가지로 얼추 만든 오두막집을 발견했을 때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옷이 너덜너덜하고 턱수염을 기른 노인이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우리의 출현에 대단히 놀란 것 같았다. 빵을 먹어본 적이 있는지 묻자 그는 자신은 먹어봤지만 아이들은 빵을 본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 집에는 리코프 가족이 1936년부터 42년간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었다.

러시아 정교회 신도인 카르프 리코프는 볼셰비키 공산당 정권이 형을 죽이자 아내 아쿨리나와, 아홉살인 아들 사빈, 두살인 딸 나탈리아를 데리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오지를 찾다가 이곳까지 들어왔다.

면역력 약해 사망한 리코프 가족
자작나무 껍질로 새끼를 꼬아 신발을 만들고 자작나무 이파리를 엮어 옷처럼 걸치고 날감자와 호밀, 대마씨 등 초근목피로 연명했다. 아들과 딸을 더 낳아 6명 가족이 됐다가 아내는 심한 눈보라가 시베리아를 휩쓸 때 굶주림으로 죽고 5명이 계속 살아갔다.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부모는 성경을 통한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글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쳤다.


이들 가족이 발견됐을 때 카르프는 여든에 가까웠고 막내딸은 서른다섯이었다. 소금 없는 생활이 고문 같았다고 한다. 오랜 세월 고립돼 살아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것도 몰랐으며 라디오, 텔레비전 등을 처음 보고 놀라워했다. 이들은 문명사회로 나왔다가 자녀 세명이 연이어 급사했다. 카르프와 막내딸 아가피아만 원래 살던 곳에서 계속 살다가, 아버지는 1988년에 아흔 가까운 나이로 사망하고 딸 혼자 살아갔다.

영하 수십도까지 내려가는 추위와 굶주림도 42년간 견디며 살았는데 문명에 접하면서 자녀 세명이 죽게 된 것은 면역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러시아 과학자들의 추정이다. 인간과 동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별로 없는 곳에서 면역력이 제대로 생겨나지 못한 채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다가 현대 문명과 외부 사람들을 접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강인한 생존력을 갖고 극단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음에도 바이러스에 의해서는 쉽게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아즈텍, 총보다 무섭던 ‘천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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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이 사망하면서 나라가 멸망으로 치달은 역사적 사례들도 있다. 중남미의 아즈텍 제국이 16세기에 스페인 정복자에 의해 멸망할 때 화승총과 대포에 의해 죽은 사람들보다 천연두 바이러스로 죽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에르난 코르테스가 천연두를 앓고 있던 흑인 노예를 데려와 천연두가 원주민 사이 퍼지게 된 것이다.
무서운 전염병에 원주민들은 전의를 상실했으며 스페인 군대는 손쉽게 승리했다. 잉카제국의 8만 군대가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168명 군대에 무너진 것도 천연두 때문이었다. 이미 유럽에서는 천연두로 인해 사상자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이 면역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남미에 온 스페인 군인들도 면역력이 있었으며 원주민들만 면역력이 없어 떼죽음을 당했다.

천연두는 치사율이 20~60%에 달했으며 195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5천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마지막 천연두 환자는 1978년에 발생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에 천연두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백신의 개발과 보급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진 첫번째 전염병으로 기록되었다.

백신은 병원체인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항원의 강도를 약화시키거나 죽은 채로 몸에 주입함으로써 항원에 맞서는 항체가 생겨나도록 해 면역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정 항원에 대항해 생겨난 면역물질 항체는 그 항원을 기억한 상태로 혈액과 림프에 저장돼 있다가 그 항원이 살아있는 병원체로 몸에 들어왔을 때 그곳으로 이동해 움직임을 제압하고 독성을 제거한다.

면역력 떨어지면 감기도 치명적
면역(免疫)이란 역병(전염병)을 면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면역에는 백신처럼 경험을 통해 기억하게 된 병원체와 싸우는 면역과 처음 보는 병원체와도 싸울 수 있는 선천성면역 등이 있다. 감기도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원인인데 치료제는 없으며 면역력에 의해 이겨내면서 자연치유 되는 것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해열제, 진통제, 소염제 등은 감기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아니라 열, 두통, 염증과 같은 감기의 증상을 완화시켜 항체가 생겨날 때까지 견디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만약에 면역기능에 의해 자연치유 되기 전에 몸이 버티지 못해 폐와 기관지로 바이러스가 무한증식하게 된다면 폐렴균 등에 감염돼 호흡곤란과 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번질 수 있다.

때문에 면역력이 낮은 노인은 감기에 걸렸다가도 후유증이 심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누구라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땐 감기 바이러스가 몸에 쉽게 침투하고 증상도 심각하다. 면역력이 강한 건강한 사람은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감기에 걸리지 않거나, 걸려도 쉽게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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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취약하다. 감기,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모두 코로나 계통의 바이러스다. 4월3일 오후 2시 기준, 한국은 코로나19 총 확진자가 1만62명이고 사망자는 174명으로 치사율(치명률)이 1.73%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치사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게 나오는 한가지 이유는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를 한국처럼 빠르고 폭넓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염자가 됐는데도 증상을 보이지 않거나 가벼운 증상만 보여 감염자로 밝혀지지 않고 지나간다면 확진자 수가 실제보다 축소돼 치사율이 높게 집계된다. 또한 각 나라의 의료의 질, 문화, 인구구조 등에 따라서도 치사율은 달라질 수 있다.

의료의 질이 낮은 후진국에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당연히 사망률이 높아진다. 흡연자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고 폐 면역세포가 손상되어 치사율이 높아지므로 중국처럼 흡연율이 높은 나라도 불리하다. 나이가 많을수록 면역력 저하로 인해 치사율이 높아지는 것은 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피로가 많이 쌓이거나 약물복용, 질병, 수술 등으로 인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 저하 속도가 빨라진다. 고령이 아니고 기저질환도 없었으나 과거 폐 손상 전력이 있던 사람이 사망한 사례도 있다. 심혈관질환, 당뇨, 호흡기질환,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이 있을 때는 치사율이 5배 이상 올라간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는 것은 바이러스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는 동시에 확산시키지 않을 방법으로서 중요한 행위다. 하지만 피치 못하게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을 때 자기방어 능력인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어도 면역력이 강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와 싸워 이겨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