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20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대원샵. 통로부터 마스크를 쓴 3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없어서 못 판다는 ‘품귀템’을 구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른바 ‘모동숲’(모여봐요 동물의 숲). 일본 닌텐도사가 내놓은 게임기와 게임팩이다. 이날 대원샵에서 추첨제로 판매한 게임기 70대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이후에도 모동숲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구매하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중고거래까지 횡행하고 있다. 오죽하면 ‘모동숲’ 중고거래를 가장한 피싱사이트까지 등장했다.

#. ‘모동숲’이 인기를 끌면서 일각에선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1년도 안돼 끝난 것이냐’는 지적과 함께 유독 동물의 숲만 불매운동의 예외가 된 배경에 의문점을 제기한다. 이 게임에 열정적인 2030 세대가 지난해부터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해 왔던 이들이어서다. 몇몇 일본 매체들도 이 같은 부분을 꼬집어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 내 일본 불매운동이 사그라들고 일본산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닌텐도 스위치 '모여봐요 동물의 숲’/사진=한국닌텐도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일본산 불매운동. 해가 바뀌면서 그 열기도 점차 식고 있다. 최근 일본 닌텐도사가 내놓은 게임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가 하면 일본 맥주 수입액도 올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불매운동에도… 대박난 닌텐도 ‘동물의 숲’
관련업계에 따르면 4월 초 재판매된 닌텐도사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이 순식간에 완판됐다. 인기가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수급이 중단되자 한정판이 아님에도 리셀가가 치솟고 있다. 현재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은 정가 36만원의 두배가 넘는 70만~8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조이콘 일체형 기기인 ‘스위치 라이트’, 게임 ‘링 피트 어드벤쳐’ 등 기존 상품 가격 역시 10만원 넘게 뛰었다. 닌텐도는 스위치 물량 추가 공급을 예상하고 있지만 수요 폭증에 대한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모동숲’ 인기를 유저들은 힐링에서 찾는다. 무인도에 초기 주민들과 함께 이주해 섬을 개척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돼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힐링게임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선 동물 주민들을 가둬 박물관처럼 꾸미는 등 게임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관심을 받는 게이머들도 늘어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일본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DB

일본 제품에 대한 인기는 게임기뿐 아니다. 지난해 불매운동 주 타깃이던 일본 맥주 수입액도 올 들어 늘고 있다. 산업자원통산부에 따르면 일본 맥주 수입액은 올 1월 12만6000달러, 2월 26만4000달러, 3월 64만8000달러 등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올 1월 일본차 수입액은 2129만8000달러로 전년동월대비 69.8% 줄었지만 2월(8454만9000달러)과 3월(7288만7000달러)에는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국 전형적인 냄비 근성”… 맹비난
일각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한국인들의 전형적인 냄비근성’이라며 비난한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 같은 사태를 주목해 보도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의 일제 불매운동이 또 실패했다”, “불매운동도 일본에 대한 질투해서 비롯된 것”, “한국만의 독특한 편의주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매체 JB프레스는 “한국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와중에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닌텐도를 구매하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매체 고고츠 등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의 불매운동이 시들, 몰래 일본산이 계속 증가’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자동차, 의복, 음식료품을 막론하고 한국에 있는 일본 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한국 국민에게 일본제품 불매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최근 들어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시들하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안전거래 위장한 피싱사이트 기승. 사진제공=안랩

고고츠는 이어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실히 조금 (불매운동이) 약해진 것 같다. 단지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말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대상의 상위에 올랐던 유니클로·무인양품 등의 생활패션 일본기업은 매출이 감소하고 적자를 기록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흐름이 올 들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응이 알려지자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선 “비웃음 당할 만한 일”, “불매도 구매도 자유”, “모동숲이 재밌지만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지난해 유니클로 임원 말대로 불매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말이 맞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불매운동도 분야에 따라 다른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며 “소비자들이 찾는 것보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하다”라는 입장을 내놓는다. 모동숲의 경우 콘솔(TV 등에 연결하는 비디오게임 기기) 게임 자체가 국내에선 마니아들이 즐기는 특성이 있어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됐던 생활필수품보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다.

한국게임학회 관계자는 “닌텐도와 같은 콘솔 게임은 한국시장에서 마니아들이 즐기는 게임이어서 상대적으로 일반인의 불매운동 표적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콘솔 게임은 집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차나 맥주처럼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2호(2020년 4월28일~5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