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요즘은 철가방을 든 짜장면 배달원을 보기 힘들다. 거리에는 철가방 대신 배달서비스업체 로고가 박힌 오토바이들이 종횡무진한다. 음식점마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배달대행업체들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주문 방식도 달라졌다. 전단지를 보고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하는 방식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마트폰 터치 몇번이면 주문과 결제가 끝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배달 산업은 매년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음식 배달시장 규모는 15조원을 넘어섰다. 이 15조원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곳은 요즘 말 많은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다. 배민은 어떻게 배달 생태계의 왕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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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간 전단지… 공짜일까 ━
‘배달의민족~ 주문!’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점엔 이런 알람이 울린다. 음식점 사장은 주문 확인 후 음식을 만들고 배달대행업체에 배달서비스를 맡긴다.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현상을 10년 전 만들어 낸 곳이 바로 배민이다. 배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배달전단지가 모여 있는 쿠폰북을 스마트폰 속에 넣은 회사. 주 무기는 편리함이다. 배민 덕에 소비자는 전화번호를 찾고 메뉴를 찾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스마트폰 터치 몇번이면 주문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됐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분명 이점이 있다. 광고효과를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단을 뿌리기보다 분명한 타깃이 정해진 앱을 이용하는 게 주문량을 늘리는 데 훨씬 낫다. 전화를 받아 주문을 받고 일일이 주소를 적어 결제방법까지 물어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게 됐다.
지금이야 배민이 주는 이점이 확실하지만 10년 전 외식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광고 수단은 전단지뿐이었다. “배달앱? 이게 뭔데, 광고 효과가 있다고?”, “편리하다고? 글쎄” 자영업자들은 여기저기서 의구심을 던졌다.
당시 외식 자영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배민의 전략은 ‘공짜 배포’였다. 자영업자들에게 “공짜로 광고를 해주겠다”면서 입점업체를 늘려나갔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그것도 공짜로 광고를 해준다는 말에 배민에 입점한 자영업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자영업자들에게 ‘공짜’ 전략을 썼다면 소비자들에겐 B급 문화, 언어유희, 한민족 등을 앞세운 브랜드 마케팅을 펼쳤다. 독특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면서 팬클럽 ‘배짱이’(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까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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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내기 본격화… 갈팡질팡 ‘수수료체계’ ━
배민이 업계 선두주자로 올라서는 건 시간문제였다. 창업 후 적자를 거듭하던 배민은 시장에서 안정적 위치를 차지하자 본격적인 수익 내기에 돌입했다. ‘파워콜’이란 상품을 만들고 자영업자들에게 월회비로 3만3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파워콜 이용자가 많아지자 파워콜보다 먼저 화면에 노출되는 5만5000원짜리 ‘울트라콜’을 내놨다. 광고비는 광고비대로 챙기면서 중계수수료도 따로 챙겼다. 바로결제 수수료에 카드 수수료를 더하면 당시 배민이 떼간 수수료만 13.8%에 달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광고비에 수수료까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수수료 인하를 거쳐 2015년 8월 ‘수수료 0%’ 정책을 선언했다. ‘착한 기업’ 마케팅을 펼치며 배민 매출 30%에 해당하는 수익모델을 포기한 듯 보였지만 이내 다시 새 수익모델을 찾아 흑자로 돌아섰다.
주력 수익상품이 된 울트라콜 가격은 5만5000원에서 2016년 1월 8만8000원으로 인상했다. 논란이 된 수수료 문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앱 상단에 노출되는 슈퍼리스트 광고비를 받아 수익을 내는 방식을 택했다. 비공개 입찰을 통해 차순위+1000원에 광고주를 낙찰하는 형식.
하지만 이 비공개 입찰방식 역시 업주들의 원성을 샀다. 지나친 경쟁을 부추겨 일부 지역 낙찰가가 200만원을 웃도는 등 광고비를 과다하게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민은 다시 입찰방식 광고상품의 지역별 낙찰가를 모두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오픈리스트’라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었고 다시 중개수수료 6.8%를 받기 시작했다. 스스로 외쳤던 ‘수수료 제로 선언’을 폐기한 셈. 이후 배민은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을 주 수익모델로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해 울트라콜 상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위 ‘깃발’(가상 상점) 꽂기가 문제 되면서 지난 4월부터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를 받는 ‘오픈서비스’ 방식으로 변경하고 수수료를 1% 인하했다. ‘울트라콜’ 단점을 개선하고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명분이었지만 오히려 업주들의 수수료를 가중시킨다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결국 기존의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 수익 방식으로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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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경쟁 초래… 더 큰 문제는 ‘정보 독점’ ━
‘스타트업’, ‘토종기업’. 배민의 성공엔 창조와 혁신이라는 그럴듯한 수식어가 붙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그저 수익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디지털 임대업자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한 외식업주는 “배민이 없어도 음식점에선 음식을 만들고 배달업자들은 배달을 할 것”이라며 “편리함을 무기로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을 장악하고 자영업자들과 배달 노동자의 노동 댓가를 많은 수수료로 챙기려는 전형적인 임대업자”라고 꼬집었다. 배민의 성장이 불필요한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음식점 주문 80% 이상이 배민에서 나오다보니 맛집들 역시 ‘맛’ 내기에 집중하기보다는 배민 플랫폼 안에 있는 광고와 리뷰 등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경쟁사가 깃발을 10개 꽂는 걸 보고 11개의 깃발을 더 꽂는 과당경쟁도 비일비재하다.
더 큰 문제는 정보 독점이란 목소리도 크다. 배민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소비자와 업주 사이 모든 고객 정보는 배민에 담긴다. 업주는 단골 손님의 전화번호, 좋아하는 메뉴 등을 알 수 없고 소비자 역시 모두 일회용 가상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즐겨 주문하는 가게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보다 더 큰 문제는 배달업에서 이뤄지는 모든 정보를 배민이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나중엔 가맹본사가 요즘 어느 제품이 더 잘 팔리는지 데이터를 배민에게 의뢰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상권분석 역시 배민을 통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민이 요기요 운영사와 합병한다면 국내 고객과 자영업자들의 모든 데이터를 독일기업에게 컨설팅을 받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배민이 이를 통해 버는 수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민 측은 정보 독점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배민 관계자는 “단골 고객의 전화번호, 주소 등과 같은 개인 식별 정보를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하여 배달 목적 달성 후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오히려 업주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단골고객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관련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민 주문 정보를 통해 어떠한 수익성사업을 계획하거나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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