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의 구속 소식에 신라젠이 사면초가다. 2017년 한때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신라젠은 바이오신화로 불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라젠의 거짓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신라젠의 신화를 주도했던 펙사벡은 간암 임상시험에 실패했고 그사이 폭락하는 주가에 주주들은 외면했다. 문 대표와 신라젠은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신라젠의 과거부터 현주소까지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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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성공신화 이면에는...━
신라젠은 2016년 12월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상장됐다. 문 대표는 “개발 중인 항암바이러스 기반 신약 ‘펙사벡’을 2020년까지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존 항암치료를 넘어 암 완치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 문 대표 말에 의하면 2019년까지 임상을 완료해 2020년부터는 펙사벡의 판매가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문 대표의 포부로 시장의 기대는 컸다. 2016년 12월 1만3500원이던 신라젠의 주가는 1년 만에 15만원 선까지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은 한때 10조원까지 확대됐다.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라서는 등 승승장구했다. 주식시장에서 신라젠의 때아닌 성공은 바이오 열풍을 불러왔다. 타업종에서도 바이오 진출을 선언하는 등 문 대표와 신라젠 따라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8년 1월 문 대표와 특별관계자 4인은 보유주식 275만4497주를 장내 매도했다는 공시가 올라온 것이다. 매도금액은 약 2700억원. 주요주주인 곽병학 ·조경래 등 4명도 8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보통 주식을 대량매도할 때 시장 영향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혹은 재무적 투자자를 구해 블록딜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문 대표와 특별관계자 4인은 장내 매도를 택했다.
시장에서는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이와 함께 신라젠의 주가는 널뛰기 행보를 보였다. 문 대표도 이를 의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분 매도)세금납부와 채무변제 목적”이라며 “악의적인 루머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역설했다.
논란을 잠재우려는 듯 문 대표의 행보는 빨랐다. 바이오 업계 최대 콘퍼런스인 JP모건 헬스케어에 참석해 파트너사를 찾았고 리제네론사의 신장암 치료제 리브타요와 병용투여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바이오USA 등도 참가해 추가 파트너사를 모색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펙사벡의 면역억제제와 병용 임상으로 대장암, 고형암 등 적응증을 넓히는 장밋빛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그럼에도 우려는 지속됐다. 펙사벡의 상용화를 앞당기려면 자금력이 필수적이지만 임상을 진행할 곳간이 비어버린 탓이다. 특별한 매출이 없던 신라젠은 임상 비용 등 연구개발비로 최근 3년간 연평균 300억원가량을 사용했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1500억여원만으론 앞으로의 임상 비용을 집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문 대표는 전환사채(CB) 발행을 선택했다. 신라젠은 키움증권 등을 대상으로 1100억원 규모 CB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 조건에는 5년 만기 설정과 ‘펙사벡’의 무용성평가 결과에 따라 연이자율을 3%에서 6%를 높이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업계는 펙사벡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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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사벡 임상실패가 불러온 참사━
기대를 한껏 모았던 펙사벡의 임상이 좌절됐다. 지난해 8월1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는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3상(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효능을 평가하는 마지막 시험) 무용성 평가결과 임상중단을 권고했다. 무용성 평가는 약효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약효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다.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중단은 의미가 컸다.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중 상업화에 가장 근접했던 임상시험이기 때문이다. 신라젠의 파이프라인은 펙사벡 하나에 불과하며 이외 임상들은 전임상(동물을 대상으로 약의 효능을 평가하는 실험)과 임상1상(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평가하는 시험)에 불과하다. 펙사벡이 다른 암종에서 임상에 성공하더라도 상업화까지 7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을 뜻한다.
임상중단 소식과 함께 신라젠은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2일 4만4550원이던 신라젠의 주가는 같은 달 6일 1만5300원으로 나흘 만에 반토막났다. 주주들의 원성은 높아졌다. 무용성 평가가 나오기 한달 전 신라젠 임원이 주식을 대규모 매도한 탓이다. 시장에선 신라젠이 임상중단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 대표는 수습에 나섰다. 펙사벡의 기술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 문 대표는 “임상3상 조기종료는 펙사벡의 문제가 아니며 항암바이러스와 표적항암제 병행요법의 치료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펙사벡의 항암능력에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피력했다. 손해가 컸던 투자자들은 이 말을 믿었다.
남은 자금으로 문 대표는 펙사벡의 신장암 임상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라젠의 자본력은 앞으로 펙사벡 연구개발에 있어 아킬레스건이 돼 돌아왔다. 최근 4년간 신라젠의 누적 영업손실이 2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검찰 수사의 칼끝은 문 대표의 턱밑까지 조여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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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 구속, 남은 과제는━
문 대표가 구속되자 신라젠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임원의 배임 혐의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하며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검찰은 지난 4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의혹을 받는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이사와 곽병학 전 감사를 구속한 데 이어 지난 12일 같은 혐의로 문 대표도 구속했다. 제기된 의혹들이 혐의가 되는 순간이었다.
신라젠 측은 “향후 재판과정에서 성실한 자세로 사실관계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임직원들은 현재 진행 또는 예정된 임상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신라젠은 거래정지일 기준 시가총액은 8666억원이며,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수는 16만8778명, 보유 주식 비율은 87.68%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5호(2020년 5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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