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제약기업의 실적은 온도차를 보였다. 정체성이 뚜렸한 기업일수록 코로나19 여파가 작았으나 그렇지 못한 기업은 어려움을 호소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에 의약업계가 울고 웃는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의 주역인 의료진이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한 데 이어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라는 권고까지 받은 상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바이러스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차별과 낙인, 혐오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제약업계도 희비가 엇갈린다. 집중 조명을 받은 진단키트업체를 제외하더라도 제약사마다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으면서 큰 온도 차를 보였다. ‘실적 악화’ 직격탄을 맞은 제약사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실적이 개선된 곳도 눈에 띈다. ‘머니S’는 코로나19 여파로 출렁이는 의약업계의 현 상황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올 1분기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온도 차는 극명했다. 질환별 ‘포트폴리오’가 명암을 갈랐다. 정체성이 뚜렷한 기업들은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병원 내원 환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고꾸라졌다.
코로나 사태?... 상관없다
제약기업의 매출은 병원의 실적과 비례하는 게 일반적이다. 환자가 있어야 병원 매출이 늘고 치료제 처방이 곧 기업의 매출로 형성된다. 이런 가운데 대한병원협회가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실적 영향권인 지난 3월에만 병원 환자 수가 최대 46% 줄었다고 발표했다. 병원 내원 환자가 감소했다는 소식은 제약기업의 1분기 실적에 불똥이 튈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상위 제약기업들이 보란 듯이 실적 성장을 해낸 것. 주력 포트폴리오인 만성질환 치료제 덕택이다. 코로나19로 환자들이 병원방문 횟수를 줄였지만,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 치료제 특성상 장기처방 받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0.8% 뛴 287억원, 매출은 4.9% 늘어난 2882억원을 기록했다.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패밀리’, 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 등 만성질환 치료제 매출 증가가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만성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로 무장한 종근당과 보령제약도 두자릿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종근당의 영업이익은 261억원, 매출은 2928억원으로 각각 56.2%, 25.2% 수직 상승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마켓팅이 크게 위축되고 지난 3월엔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등 평소보다 판관비가 줄어든 덕분이다. 보령제약의 영업이익은 124억원, 매출은 1342억원으로 각각 42.1%, 13% 확대됐다. 보령제약이 자체 개발한 고혈압 제품인 카나브 브랜드의 역할이 컸다.

GC녹십자와 동국제약은 사업 호조에 힘입어 큰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GC녹십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283.8% 폭증한 61억원, 매출액은 8.6% 뛴 3078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백신 수출량이 늘어나는 등 오히려 GC녹십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동국제약의 1분기 매출액은 1306억원으로 18.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3억원으로 33.2% 확대됐다. 동국제약은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화장품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됐다.
제약기업 실적비교./표=금융감독원

코로나 여파... 너무 크다
코로나19 여파가 1분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제약기업들도 존재한다.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 파장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한양행의 1분기 영업이익은 82.4% 급감한 11억원, 매출액은 3133억원으로 9.2% 줄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전문의약품 처방 및 원료의약품 수출 감소 등이 원인으로 파악했다. 

대웅제약의 매출액은 4.1% 줄어든 2284억원, 영업이익은 87.7% 폭락한 13억원이다. 무엇보다 나보타 소송 비용과 위장약 알비스 판매중지 등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침체된 모습이다.

병원 내 처방되는 의약품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기업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원내 처방의약품 수액에 특화된 JW중외제약은 매출액이 소폭 준(1.4%) 1284억원을, 영업손실은 4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에 특화된 메디톡스와 휴젤의 실적도 참담했다. 메디톡스는 1분기 매출액이 339억원으로 23.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9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휴젤의 1분기 매출액은 413억원,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각각 16%, 25.1%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환자들의 병원 출입이 크게 줄면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마다 사업 영역과 주력 제품군이 달라 코로나19에 희비가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2분기 실적이 진짜 지표
업계는 2분기(4~6월)가 진정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에 의한 병원경영난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으며 영업활동 위축과 내원 환자 감소 등 지표에 본격적으로 잡히는 것은 2분기부터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는 지금보다 많이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의 본격적 확산이 2월이었고 3월까진 처방실적이 받쳐줘서 실질적인 영향은 4월부터”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로 1분기 실적이 좋던 제약기업조차 경계의 눈초리를 보낸다. 다시 고개를 드는 코로나19 사태와 산발적 감염 사례 등은 겨우 재개된 병원영업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부분의 제약사가 3월부터 처방액 감소 영향을 받고 있다”며 “포트폴리오에 따라 코로나19 영향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이 다를 뿐 3월로 갈수록 처방액 감소세라 의약품 실적 부진은 2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6호(2020년 5월26일~6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