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의 ‘청’ 승격은 중앙행정기관이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예산·인사·조직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감염병 정책·집행에서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된다. 하지만 행안부가 발표한 개정안 속 질병관리청의 역할은 복지부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논란의 골자다.
6월3일 발표된 행안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질본의 청 승격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질본 장기·조직·혈액 관리기능 복지부 이관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 확대 복지부 이관 등이 담겼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청으로 승격하려면)제대로 해야 한다”며 “행안부의 개정안을 보면 인력과 연구 역량도 보건복지부가 모두 가져가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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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승격, 의견 갈린 의료계━
승격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의료계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재갑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1급)을 질병관리청 소속 연구기관으로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보건연구원(국립보건원)은 질본의 핵심 연구들을 진행해온 기관으로서 (질본과)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길 경우 질본의 연구기능뿐 아니라 정책기능도 훼손시킬 수 있다”며 “나아가 질병관리청이 새로운 연구조직 신설 시 중복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반면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립보건원을 성장·독립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두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안타깝게도 질본과 국립보건원은 오랜 기간 함께 했음에도 ‘한지붕 두가족’으로 평가받는다”며 “질병관리청이 연구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립보건원으로부터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대로 된 연구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복지부 산하에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청이 아닌 ‘처’로 승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 강한 힘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구조직을 질병관리청 산하에 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번 복지부의 2차관 제도로 의료 분야와 사회·복지분야가 나뉜다”며 “결국 의료 분야를 맡는 복지부 차관의 존재로 질병관리청이 복지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복지부에서 벗어나 진정한 독립기관이 되려면 청보다 처로 가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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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자율성 강화로 질병대응능력 높여야”━
그럼에도 정부와 의료계 모두 공감하는 부분은 독립성이다. 질본이 중앙행정기관인 청으로 독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신종 감염병 대응과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한 발빠른 대처의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청은 독립성을 갖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판단이다.김윤 교수는 “지역 간 감염병 대응 역량의 격차가 큰 점을 감안할 때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질병관리청이 중앙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권역별 질병관리청을 통해 지방 조직만으로도 감염병을 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주장한 방안은 ▲권역질병관리청 설치 ▲감염병 진료체계 관련 역할분담 ▲시·도 질병예방관리본부 설립 ▲보건소 질병관리체계 강화 등 4가지다.
이재갑 교수도 지방조직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 교수는 “지방정부도 감염병연구센터와 같은 자체 감염병 대응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권역별로 질병관리기관을 신설하고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질병관리청의 독립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 과감한 정책기능 이양을 통해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뜻에 질본도 공감했다. 신재영 질병관리본부 기획조정과장은 “청으로 승격할 경우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며 “인사 조직, 예산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임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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