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 재고 면세품을 사려는 고객들이 대기 줄을 늘어섰다. /사진=김경은 기자

“반값에 명품을 판다고 해서 멀리서 왔는데 아예 못 들어간다니…. 이런 경우가 어딨어요!”

25일 오전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는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오전 10시30분부터 재고 면세품을 푼다는 소식에 고객들이 일찍부터 몰린 탓이다. 오는 순서대로 배부 받는 대기 번호표는 이미 백화점 개장 전에 300명을 넘었다. 700여개의 번호표가 개장 이후 30분 만에 동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판매되지 못하고 면세점 창고에 쌓여 있던 명품 재고가 백화점에 나왔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재고 면세품이 판매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60%가량 저렴한 명품을 구매 즉시 수령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명품족’들이 몰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백화점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대기줄이 늘어섰다. 번호표 1번을 받은 고객은 오전 6시에 백화점에 도착했다. 줄은 계속 이어져 총 705번까지 준비된 번호표가 30분 만인 오전 11시에 소진됐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백화점을 찾았다.


오전 11시30분 백화점에 도착한 고객은 “강서구에서 부랴부랴 왔는데 오늘은 못본다고 한다”며 “내일은 더 일찍 와야겠다”고 발길을 돌렸다. 백화점 앞 안내 직원에게 “아예 못보게 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 언제 오라는 거냐”며 화를 내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재고 면세품을 사기 위해 대기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고객들은 행사장 앞에서 불만을 터뜨렸다. /사진=김경은 기자

백화점 내부에서도 고객들의 불만은 이어졌다. 롯데백화점 측은 매장 내 이벤트홀에 명품 재고를 진열해 놓고 판매했다. 이벤트홀 입구에는 체온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 살균 기기를 뒀고 고객들은 손소독제를 사용한 후 비닐장갑을 착용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20분의 쇼핑 시간이 주어진다. 한번에 50명씩, 20분간 쇼핑하다 보니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 고객은 “관계자들을 내보내고 더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냈다. 대기석에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발자국 모양의 대기선이 있었지만 고객들이 몰리면서 이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이벤트홀 내부로 입성한 고객들도 분주한 건 마찬가지. 재고 상품이다 보니 수량이 적어 마음에 드는 제품을 남보다 먼저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매 개시 1시간이 안된 시점에 ‘끌로에’ 가방은 품절됐다. 해당 가방을 구매한 30대 고객은 “명품 가방을 하나 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렴하게 사서 만족한다”며 “오전 9시에 와서 1시간 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 내부에서 재고 면세품을 구경하는 고객들. /사진=김경은 기자

반면 상품이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움을 드러낸 고객도 있었다. 이날 판매되는 제품은 ▲생로랑 ▲발렌티노 ▲지방시 ▲페레가모 ▲끌로에 ▲알렉산더 맥퀸 등으로 가방, 지갑, 벨트, 운동화 등이 소량으로 준비됐다.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50대 고객은 “고작 이걸 보자고 2시간을 기다렸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20대 고객도 “생각보다 볼 건 없다”며 “선물용으로 지갑을 샀는데 내가 쓸만한 건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백화점 노원점뿐 아니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과 기흥점에서도 재고 면세품이 판매된다. 세 곳은 선판매가 이뤄지는 프리오픈 지점이다. 오는 26일부터는 롯데백화점 ▲노원점 ▲영등포점 ▲대전점과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 ▲기흥점 ▲김해점, 아울렛 ▲광주수완점 ▲대구 이시아폴리스점 등 8개점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롯데면세점이 이번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면세상품은 약 200억원 규모다. 롯데 계열사 통합 온라인 몰인 ‘롯데온’도 지난 23일 재고 면세품을 판매했으며 추가로 명품 대전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