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이 이통3사 CEO들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구현모 KT 대표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부터)이 최 장관의 발언을 기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가 서울 정부청사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5G(5세대 이동통신) 망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이통3사에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당부했다. 최 장관은 지난해 11월에도 이통사에 4만원대 중저가 요금제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 CEO들은 이번에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통사 “5G 수익 실현? 업체당 가입자 500만명 돼야”

지난해 취임한 최 장관과 이통3사 CEO는 지금까지 총 두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를 가질 때마다 최 장관은 저렴한 5G 요금제 출시를 당부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통3사는 ‘5G 망을 구축하는 시기라 현재로선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기 곤란하다’,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 뒤 검토하겠다’고 답하며 중저가 요금제 출시 요구를 우회적으로 거절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6월말 현재 5G 가입자는 740만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 11월 최 장관과 이통3사 CEO의 첫 간담회 당시 430만명이던 5G 가입자는 5월말 680만명까지 증가했고 한달만에 60만명이 추가로 늘었다. 알뜰폰을 포함한 전체 이동통신가입자수가 6900만~7000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동통신가입자 10명 중 1명은 5G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동통신업계는 업체당 가입자 500만명 수준이 돼야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는 손해가 이어져 5G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것.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는 “5G 관련 매출이 2조원 이상 발생해야 공통비용부분을 감내하고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5G에서 연간 2조원의 매출을 거두기 위해서는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통3사 5G 설비투자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하지만 지난해 이통3사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이통3사의 실적을 보면 ▲SK텔레콤 매출 17조7437억원, 영업이익 1조1100억원 ▲KT 매출 24조3420억원, 영업이익 1조1510억원 ▲LG유플러스 매출 12조3820억원, 영업이익 6862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만 따져도 2조9472억원, 약 3조원에 달한다. 기업당 1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5G 요금제를 인하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올해 이통3사의 목표인 5G 가입자 1000만명 시대가 열리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통3사가 주장하는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더 줄었다. 지난해 1분기 이통3사가 망구축에 투입한 비용은 총 1조1593억원(▲SK텔레콤 3313억원 ▲KT 5521억원 ▲LG유플러스 2768억원)이었다. 올해는 총 1조881억원(▲SK텔레콤 3066억원 ▲KT 4069억원 ▲LG유플러스 374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12억원 줄었다.

투자확대-요금인하 동시 추진 어려워
오는 2022년까지 총 24조5000억~25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망구축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공동기지국을 설치하자며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사진=장동규 기자
요금을 내릴 수 없다고 버틴 이통3사는 기지국 구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오는 2022년까지 총 24조5000억~25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망구축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공동기지국을 설치하자며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과기정통부가 망구축에 필요한 세금을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15일 통신업계의 투자 지원을 위해 투자 세액공제, 기지국 등록면허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키로 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세부적인 투자 공제 세율 등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세법개정안 마련 때 결정하기로 했고 등록면허세 감면도 행정안전부와 이미 합의를 했다”며 “다른 제도 개선책도 타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연간 8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선뜻 투자하겠다고 말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구체적으로 회사별, 연도별 투자 계획 세부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투자 가능성에 의구심이 따르는 이유다. 이통3사는 지난해 9조원에 달하던 설비 투자 금액을 올해 4조원 수준으로 절반가량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업계와 정부간 이견이 없다. 다만 3년간 25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투자 확대와 요금 인하는 현실적으로 함께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