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해외사업 저성장·저수익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 중국,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의 부진이 수년째 이어진 것이다. ‘재무통’으로 불린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해외사업 실적은 더 악화됐다.
해외 부실자산 매각 등 수익 위주의 실적 개선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했지만 오히려 올 1분기 곳곳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내에선 현대제철로 이직한 포스코 출신 임직원(OB)이 친정기업에 칼을 빼든다. 이들은 현대제철 제철소 현장과 기술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며 양사 간 기술격차를 줄이며 포스코의 목을 죄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선 안팎으로 악재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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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많은 해외사업… 이곳저곳 “빨간불”━
“포스코의 해외사업 적자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최근 포스코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A씨는 회사의 해외사업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동안 곪아온 실적 부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제대로 터질 것이라는 게 A씨의 지적이다.
실제 최 회장 취임 이후 2019년 주요 해외시장에서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크게 줄었고 올 1분기엔 일본과 중국에서 영업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중국에서 나름 선전하며 매출액도 한 해 전보다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선 일본·중국·북미에서 모두 감소했다. 해외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률을 높인다는 최 회장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장가항스테인리스와 인도네시아 크라타카우포스코, 베트남 포스코SS비나 등 해외생산법인도 5년째 정체돼 있다. 공장의 영속성을 좌우하는 제품 생산실적은 2015년 498만8000톤에서 2019년 494만1000톤으로 오히려 4만7000톤 줄었다.
가장 심각한 곳은 크라카타우포스코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 계약을 맺고 2013년 설립한 해외 계열사다.
인도네시아는 연간 1500만톤 가량의 철을 생산하고 3500만톤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합작 당시 철강 수요도 연간 10%씩 늘어 포스코가 일찌감치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슬래브(쇳물을 가공해 나온 평평한 판재 모양의 철강 반제품) 등 원자재 판매가격 하락과 일본 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2015년부터 2018년까지 6000억원이 넘는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다.
베트남 생산법인도 가동률 상승과 내수 가격 강세로 손실 폭이 줄었다지만 적자가 여전했고 결국 2019년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최 회장은 어려움을 돌파할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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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술 수출도 실패━
포스코의 해외 기술 투자도 업계에선 대체로 실패한 것으로 본다.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제철 기술 ‘파이넥스’와 ‘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CEM)가 대표적이다. 파이넥스는 값싼 가루 형태의 원료탄을 코크스(유연탄을 고온 건류해 만드는 다공질 고체연료) 공정 없이 철광석과 함께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CEM은 쇳물을 굳히는 연주공정과 철강재를 얇게 펴는 압연공정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고온의 슬래브를 식히지 않고 바로 코일로 압연해 가공비를 절감하고 에너지 손실을 줄인다. 포스코는 제철소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재정과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신흥국에 이 기술을 수출할 계획이었다.
2015년 포스코는 중국 충칭강철(중강)과 연간 300만톤 규모의 ‘포스코-중강 파이넥스 일관제철소 합작사업’을 추진했다. 중국·한국정부 최종승인을 받아내며 수출이 가시화되는 듯 했지만 중강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결국 무산됐다.
2015년 8월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사타르타시 우땀갈바스틸에 파이넥스 공법을 이용한 연산 150만톤 규모의 제철소를 새로 짓기로 합의 각서를 체결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것이 없다. 같은 해 12월엔 포항제철소 제1파이넥스 및 광양제철소 CEM 설비 이설 사업에 대한 합의각서를 민영 철강사인 우땀갈바메탈릭스와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 진행이 지연되면서 그동안 추진됐던 파이넥스 해외 수출 사업이 사실상 전부 무산됐다.
2016년 초엔 파이넥스 공법과 CEM 공정을 활용, 이란에 연산 16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기 위해 현지 철강업체 PKP와 일관제철소 건설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PKP의 자금 지불이 미뤄지며 이 사업 역시 4년째 표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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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들에 발목 잡히는 포스코━
국내에선 이직 OB에게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다. 2006년 현대제철은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운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포스코 출신 엔지니어(부장급 이하)와 생산직 근로자 수백여명을 대거 영입했다. 철강업계 한 원로는 “임원급 영입은 철강업계 암묵적인 관행상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대제철로 이직한 포스코 OB가 고위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는 흔치 않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공식은 포스코 출신인 고위 임원 일부가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기면서 완전히 깨졌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 제철 기술 노하우를 자사 제품에 접목해 나가는 중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당 180㎏까지 하중을 견디는 1.8GPa(기가파스칼·압력을 나타내는 단위)급 초고강도 자동차 강판이다. 포스코는 해당 제품을 만드는 데까지 무려 24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현대제철에선 14년만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특히 고로에서 제선, 제강, 연주, 압연까지의 공정을 안정화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이직한 포스코 OB의 도움으로 현대제철은 이를 수년 내에 일정 수준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스마트기술을 접목한 고로 운영 능력에서도 격차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컴퓨터가 고로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해 분류하고 예측하게 만들면 제선부터 제강, 연주, 압연에 이르는 전 공정에 걸친 지능형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포항, 광양 각각 2기씩 적용해 9개 고로 중 4개 고로에만 적용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당진 제철소에 구축을 완료하고 올 하반기엔 인천, 포항, 당진에 있는 총 11기의 전기로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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