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해외 건설현장에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사망하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장관 명의의 서한을 보내고 마는 게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시설 건설현장의 현대건설 소속 코로나19 확진자 A씨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숨졌다. 이라크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50대 A씨는 지난 14일 감기 증세가 나타났고 18일 기침이 심해지고 폐호흡 소리가 불안정해 현지 지정병원으로 후송해 치료를 시작했다. 지난 20일부터는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져 혈장 치료를 준비했으나,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22일 상황이 악화해 끝내 사망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 카르발라 지역 정유시설 건설현장은 현대건설(주관사),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 등 4개 업체가 합작(조인트벤처·JV)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 근로자 수는 680여명으로 이라크 건설현장 중 한국인 체류 규모로는 최대다.
카르발라 현장은 지난주 JV 소속 협력사 직원 B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현지 병원에서 치료 중인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후 공사는 일시 중단됐고, 나머지 직원들은 숙소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B씨의 확진 이후 현장의 확진자는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 21일 기준 확진자 수는 40명에 달했다. 지난 14일 우선 귀국한 1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 중 3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이라크는 코로나19로 통제 불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현재 이라크의 누적 확진자는 9만9865명이다.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2318명, 사망자 역시 하루 평균 90명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의료시설이 열악해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정부는 군용기를 띄워 수송에 나섰다. 정부는 23일 오전 7시쯤 공군 공중급유기 KC-330 2대를 급파했다. 현지 한국인 근로자 297명을 귀국시키기 위해서다. 이들은 24일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확진자를 위한 '에어앰뷸런스'(응급의료전용기)도 추후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인 근로자가 잇달아 사망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국토부는 김현미 장관 이름으로 이라크 등 중동과 아시아 지역 18개국에 긴급 서한을 보냈다. 코로나19가 공기 지연의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서한을 보내고 그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이라크 카르발라 건설현장도 25일부터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처의 공사 중단 명령이 없어서다.
김지용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홍보부장은 "중동과 아시아의 나라마다 상황이 다른데 이것을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토부 차원의 대응에 한계가 있으면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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