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물에 빠진 지체장애 친구를 구하려다가 사망한 50대가 법원 소송 끝에 의사자로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A씨(사망 당시 54세)의 아내 B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자 불인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방송사 카메라기자였던 A씨는 지체장애 3급인 친구 C씨와 함께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을 찾았다. 그런데 A씨와 함께 바다에 들어갔던 C씨가 몸을 주체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살려달라"고 소리친 C씨는 허우적대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정신을 차린 뒤 보니 A씨는 이미 사망했다.


A씨가 C씨를 구조하려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A씨는 정부로부터 지난해 2월 국무총리표창인 국민추천포상을 수여받기도 했다. 부인 B씨는 보건복지부에 남편을 의사자로 인정해달라고 신청을 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A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물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의사자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C씨가 물놀이를 하다 구조 상황에 이른 것은 남편의 행위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입수한 것이 '자신의 중대한 과실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친구의 구조 요청을 듣고 친구를 구하려다가 사망을 한 것이므로 의사상자법에서 정한 '직무 외 행위로 자신의 생명·신체상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를 구하다가 사망한 경우'에 해당해 의사자 요건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소송 과정에서 "A씨의 구조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추가했는데, 재판부는 구조활동은 했지만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의사자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보건복지부가 입장을 바꿔 구조활동을 안 했다는 주장을 새롭게 할 수 없다고 봤다.

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가 나왔더라도 음주 후에도 정상적으로 스노클링을 했고, B씨와 함께 술을 마신 행위가 B씨의 급박한 위해 상황을 야기시킨 직접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C씨에게 적극적으로 음주를 권하거나 음주 직후 바다 수영 내지 스노클링을 적극적으로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A씨가 음주상태의 C씨의 바다 입수를 저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고의나 중과실로 C씨가 급박한 위해에 빠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