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박종홍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대신 인권위가 직접 직권조사를 개시하도록 요청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이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해자의 진정에 의한 조사와 비교해 직권조사는 조사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 인권위 진정의 목적인 서울시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기 용이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27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사건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촉구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8일 오전 11시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촉구 요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인권위까지 행진한다.
애초 피해자 측은 이번 주 내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앞서 피해자 측은 지난 22일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인권위 진정조사를 위한 준비를 거쳐 다음주 중으로 인권위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들은 서울시가 진상 규명을 위해 자체적으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지만, 이를 신뢰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는 4년 넘게 전보 요청을 20여명의 전현직 비서관 등에게 말했지만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 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경찰의 조사가 지속되고 있지만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정과 수사 중단이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외부 국가기관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인권위를 지목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대신 직권조사 발동 요청을 하겠다고 전날 오후 돌연 발표했다.
사실 피해자 직접 진정 제기에 따른 진상조사와 인권위 직권조사에는 큰 차이가 없다. 조사가 이뤄지는 절차는 같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직접 진정을 제기할 경우 진상 조사를 시작한다.
피해자 측의 진정이 없는 경우라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의 상당한 근거가 있거나 사안이 중대할 경우 인권위가 직접 조사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직권조사다.
다만 직권조사가 조사 개시에 대한 판단을 인권위가 능동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기관인 인권위에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취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은 조사 범위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27일 "직권조사는 제도적인 문제까지 함께 조사하고 제도 개선 사항도 촉구할 수 있어 조사 범위가 더 넓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해자 측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4년 넘는 기간 동안 성고충과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 등에게 말했지만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 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하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기관에서 발생한 성폭력이 발생 구조와 맥락을 떠나 피해자와 가해자 1:1의 문제로만, 사법절차를 통해서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축소되는 것은 이제까지 개선되어 온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 역량과도 맞지 않다"며 인권위 조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면 피해자 측은 20명이 한꺼번에 묵인하는 것이 가능했던 서울시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조사 범위가 넓은 직권조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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