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이 같은 결정이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주식 매각건과 관련해서는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었다"며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지분 증여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놨고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조양래 회장은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그룹 지분 23.59%(2194만2693주)를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고 조 사장의 그룹 지분은 보유분인 19.31%와 합해 42.9%로 늘었다. 조 사장의 형인 조현식 부회장의 그룹 지분은 19.32%다. 누나인 조희경 이사장과 10.82%의 지분을 보유한 조희원씨가 손을 잡으면 30.97%로 늘지만 조 사장과 차이가 있다.
결국 조 회장의 큰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지난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 관련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를 제기하며 그동안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정후견'은 고령 또는 장애 및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의 후견인을 결정하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조 이사장의 이런 행동은 막내인 조 사장에게 회사를 넘길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했다.
이에 조 회장은 "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정말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딸이 괜찮은 건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조 이사장이 제기한 건강 문제에 대해선 "전혀 문제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P/T도 받고 하루에 4~5km 이상 걷기운동도 한다"며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경영권에 대한 부분도 명확히 했다. 조 회장은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적이 없다"며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본적이 없고 돈에 관한 문제라면 첫째 딸을 포함하여 모든 자식들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만약 재단에 뜻이 있다면 이미 증여 받은 본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산의 사회 환원도 언급했다. 그는 "제 개인 재산을 공익활동 등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제가 고민해서 앞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자식들이 결정하고 관여할 바는 아니라는게 제 소신"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디 제 딸이 예전의 사랑스러운 딸로 돌아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내년이면 창립 80년을 맞는다. 후계자로 지목된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다.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추진은 물론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면서 회사를 키웠다. 하지만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고 지난 4월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은 오는 9월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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