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사업장의 한국인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동물 이름으로 부를 때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주노동자를 좋은 말로 불러주세요."(네팔 출신 제조업 노동자·30)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노출되어 있으며 근로 조건 개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실태조사가 나왔다.

민주노총은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부터 1달간 전국 7개 이주민단체에서 655명의 이주민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조건 관련 설문을 실시했다.

먼저 노동시간과 관련해 응답자(647명)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6시간이었고 최장 16시간까지 일한다는 답이 있었다. 휴일과 관련한 문답에서는 응답자(632명)의 10.9%(69명)가 주에 1회 이상 쉬지 못했다. 그중 6명은 아예 휴일이 없다고 응답했다.

노동시간과 휴일 모두를 정확히 응답한 623명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53.2시간, 월평균 노동시간은 231.3시간이었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다는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7.3%(301명)나 됐다. 11.9%(74명)는 주당 노동시간이 68시간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과 관련해 응답자(648명) 중 59.1%(383명)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으며 29.0%(188명)는 최저임금보다 못하다고 답했다. 나머지 11.9%(77명)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월 임금을 정확히 답한 627명의 평균 임금은 222만1813원이었다.

기숙사의 주거환경도 열악했다.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 545명 중 144명(26.4%, 복수응답)은 주·야간 다른 시간대에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같은 숙소를 써 불만이 있다고 답했다.

138명(25.3%, 복수응답)은 작업장의 소움과 먼지, 냄새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고 82명(15%)은 욕실이 실내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민 숙소 문제에 대해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의 기숙사와 관련해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감독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환경이 열악함에 따라 응답자(648명) 중 절반 이상(57.7%, 374명)은 일터를 옮겨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변경 사유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31.0%, 116명), 월급이 너무 적어서(26.7%, 100명), 회사가 일이 없거나 문을 닫아서(22.5%, 84명), 사장· 관리자의 괴롭힘 때문(15.8%, 59명) 순으로 답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로 비자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4년10개월간 체류하며 근무할 수 있으며 이 기간을 다 채우면 '성실 외국인 근로자'로 인정돼 다시 입국해 같은 기간 일을 할 수 있다.

이 제도에 대해 이주민단체에서는 재입국의 기회를 얻기 위해 이주민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어쩔 수 없이 참고 지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625명) 중 50.2%(314명)가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으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자유롭게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것'을 꼽았다.

더불어 응답자들은 사업주의 허락이 있어야만 재계약을 할 수 있고 국내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제한한 점도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노동조건이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응답자(606명) 중 44.2%(268명, 복수응답)가 '사업주가 법이나 제도를 지키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더불어 그 이유가 '법이나 제도가 이주노농자를 차별하고 있어서'(32.0%)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잘 못해서'(23.8%)라는 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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