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굿즈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인 동아오츠카 이우범 차장(오른쪽)과 김아련 과장. /사진=임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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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와 파운데이션, 포카리스웨트 아동복, 데미소다 형광펜…. 동아오츠카의 대표 음료가 ‘굿즈’(Goods·기획 상품)로 탄생했다. 하지만 이들은 전부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가상의 굿즈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이런 가짜에 열광한다. 

팔지도 않을 가상의 굿즈는 누가, 왜 만드는 걸까. 8월4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동아오츠카 본사에서 홍보팀 이우범 차장(43), 김아련 과장(35)을 만나 굳이 만드는 굿즈, ‘동아 굿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상의 굿즈, 왜 만드나

동아오츠카는 지난해 11월 ‘동아굿즈’(@donga_goods)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콘셉트는 가상의 굿즈 세계. 소개 글에는 ‘반응 좋으면 진짜 출시한다’는 당찬 포부도 적었다. 게시물은 고작 20개뿐이지만 반년 만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계정 팔로워 수가 1만3000명을 돌파했다.

김 과장은 “동아굿즈 계정이 이렇게 성장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며 “동아오츠카 공식 계정에 재미삼아 올리던 가상의 굿즈를 별도 계정으로 분리해서 올려본 건데 회사에서 운영하는 계정 중 가장 영향력이 세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상의 굿즈를 기획한 건 수요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동아오츠카 대표제품인 ▲포카리스웨트(1987년 출시) ▲데미소다(1991년) ▲데자와(1997년) 등이 장수 브랜드인 만큼 오래된 팬이 먼저 굿즈 출시를 요청해온 것. 

이 차장은 “동아오츠카는 스포츠 구단과 연맹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데 선수에게 제공하는 포카리스웨트 타월이나 보틀을 갖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다”며 “당시엔 이게 굿즈라는 개념인 줄 몰랐다가 최근 유통업계에 굿즈 열풍이 불면서 우리 제품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설명했다. 

데자와 파운데이션(왼쪽)과 포카리스웨트 운동화는 김아련 과장이 출시를 희망하는 굿즈다. /사진=동아오츠카
수분보충음료인 포카리스웨트는 에센스로, 컬러마케팅을 강조하는 데미소다는 색색깔의 마스킹테이프로 재탄생했다. 데미소다 마스킹테이프의 경우 증정용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동아오츠카

이들이 만든 굿즈에는 각 브랜드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예컨대 포카리스웨트는 수분보충음료라는 속성에 맞게 촉촉한 세럼(에센스)이나 비가 올 때 사용하는 장화로 재탄생했다. 블랙빈티는 주성분인 검은 콩이 탈모 예방에 좋다는 점에 착안해 탈모샴푸 굿즈로 제작됐다. 

탄산음료 데미소다는 사과·오렌지·레몬·복숭아·자몽·청포도 등 6가지 맛을 강조하기 위해 평소 ‘컬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를 굿즈에도 적용해 화려한 색감을 가진 데미소다 형광펜·마스킹테이프로 구현했다. 

이 차장은 “사람처럼 각 브랜드에도 고유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며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브랜드에 어울릴 만한 소재가 아니라면 굿즈로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시·협업 요청 잇따라… 현실화할까

물론 아직까진 가상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굿즈일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목표는 가상 굿즈의 현실화다. 김 과장은 “앞으로의 계획은 이 모든 걸 출시하는 것”이라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실물 굿즈를 내고 싶다”고 희망했다.

소비자의 굿즈 출시 요청도 쇄도하는 상황. 동아굿즈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게시물마다 “구입하고 싶다” “만들어주세요” “스타벅스 굿즈만큼 인기 있을 듯” “구매 링크를 달라” “매출로 혼내줄 테니 좋은 말로 할 때 내라” 등 긍정적인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도 관련 요청이 쏟아진다. 김 과장은 “DM을 통해 ‘출시하지 않을 거면 게시물을 왜 올리냐’고 화를 내는 분도 있고, ‘없으면 직접 만들겠다’며 동아굿즈에 올라온 디자인을 프린트해서 실제 제품에 붙인 분도 있다”며 “꼭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컬래버레이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데자와 파운데이션’의 경우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업체에서 협업 제의가 들어왔다. 의류 브랜드에서도 협업 의사를 표시했다. 

동아굿즈에 선보인 오란씨 추억의 도시락은 편의점 협업 상품으로 실제 출시됐다. /사진=동아오츠카

실제 출시된 협업 상품도 있다. 지난 6월 ‘오란씨’ 제품 리뉴얼에 맞춰 동아굿즈는 오란씨에 적용된 레트로 디자인을 입힌 추억의 도시락 굿즈 이미지를 선보였다. 이를 본 GS25 담당 MD는 동아오츠카 측과 협업해 해당 이미지와 유사한 디자인의 굿즈를 출시했다.

다만 오란씨 도시락은 판매용이 아닌 증정용 제품이다. 조만간 출시를 앞둔 데미소다 마스킹테이프 역시 판매하지 않고 고객 감사 이벤트로 증정할 예정이다. 굿즈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소비자와 소통하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 

이 차장은 “회사 내부에서 동아굿즈 계정에 대한 평가가 좋다”면서도 “동아오츠카가 음료회사이기 때문에 기존 영역을 넘어서 굿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요를 무시할 수 없기에 현실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출시 미정의 가상 굿즈임에도 이들은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다. 밤낮 할 것 없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가 하면 팀원들이 다함께 전시회를 보며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아닌 일과 삶이 일치하는 ‘워라일체’가 이들의 모토이기 때문.

김 과장은 “주말에도 각자 SNS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면 캡처해서 단체 채팅방에 공유한다. 답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며 “월요일 회의 때 채팅방을 같이 보면서 아이디어를 내는 식으로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차장은 “게시물 개수나 업로드 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실제 출시가 가능한 고품질의 굿즈 제작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며 “동아굿즈의 모든 가상 굿즈가 실제로 나올 때까지 오래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동아굿즈를 제작하는 이우범 차장(위)과 김아련 과장. /사진=임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