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난 공공의료 부족과 지역간 ‘격차’ 확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집단휴진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집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반대 등을 촉구하는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임한별 기자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과대학생을 매년 400명씩 총 4000명을 추가 선발하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두고 의료계가 총파업까지 불사하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 내 공공의료와 지역의료 격차라는 민낯이 드러난 만큼 의대 정원 확대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확장성이 강한 신종 감염병이 언제 다시 출현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재 의료인만으로 버텨내기엔 역부족이란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과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가 목표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 대신 지역 의료 체계 개선 등의 접근 방식만으로도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16년째 동결됐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3.4명인 반면 한국은 1.89명이며 한의사를 포함하더라도 2.3명에 그친다. 이 같은 통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힘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왜 4000명일까?

지역 내 중증·필수 의료에 필요한 인력 추계 등을 고려한 정부의 결론은 ‘10년간 의대생 4000명 증원’이다.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 복무하도록 하고 나머지 1000명은 특수분야, 의과학자 등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국 내 지역 간 의료 격차는 꽤 크다. 지역별 1000명당 의료 인구는 ▲서울 3.1명 ▲광주 2.5명 ▲대전 2.5명 ▲대구 2.4명 ▲부산 2.3명 ▲경북 1.4명 ▲충남 1.5명 ▲울산 1.5명 ▲경남 1.6명 등이다. 따라서 의사가 부족한 지역과 필요 분야에 공공의료의 개념을 도입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지역 의사를) 배치해 중증·필수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토록 할 계획”이라며 “의사 부족 지역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함께 필수 의료서비스 종류에 대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다만 10년 간 4000명 증원 이유에 대해선 “오래 전부터 의대 정원 확대를 계획했고 그 결과 나온 수치다. 의료비 증가와 의료의 질 저하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설정했다”며 다소 모호하게 설명했다.


의료계 “정부 방안 성공 못한다”

의료계는 정부 방안은 성공할 수 없고 동조할 수도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장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식인 의사인력 수급조절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정부 방안은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단편적 대책”이라며 “정부의 의료인력 확대는 오히려 의료의 질을 낮추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를 예로 들었다. 공공의료는 국가가 정해놓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통해 지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다. 정부가 제시한 공공의료는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근무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오히려 환자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통 발달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된 상황에서 환자는 의무에 묶인 의사보다 서울 대형병원 의사에게 진료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공공이란 이름 아래 공무원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에 불과하고 또 다른 문제 발생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의료계의 진단이다.

의료계는 이어 지역 내 공공의사를 배출하더라도 이들이 근무할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공공 의대를 통해 배출된 의사를 양성하려면 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한다”며 “하지만 의사부족 지역에 시설과 장비는 물론 의사 외 인력 등의 확보 방안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공공의료 확충은 의료계도 필요성을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현재 공공의료 격인 국립의료원이나 국공립병원에 근무 중인 의사의 처우 개선이 먼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복지부 “방침 철회 없다”

의료계는 의대생 증원의 경우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도 큰 만큼 인구 변화 등 정교한 분석과 장기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대변인은 “의료계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시각에 따라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는 모호한 통계 수치가 아니라 공신력 있는 학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인 의료인력 수급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함께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철회할 뜻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정민 복지부 보건의료혁신TF 팀장 “앞으로도 의료계와 소통을 강화하겠지만 의대 정원 확대는 꾸준하게 논의해왔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정책의 효과를 얻으려면 의료계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의료계 주장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는 것도 있는 만큼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정부와 의료계가 지금 상황에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협은 지금까지 의료제도와 설계 등 구체적 개선방안을 내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정부와 협의하는 현 방식을 고수할 경우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